구리 가격이 10년 만에 톤(t)당 1만 달러를 넘어섰다. 수급 불균형으로 인한 가격 상승이 계속 이어진다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역대 최고치는 2011년 2월에 기록한 1만190달러다.
29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날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 가격은 t당 1만8달러(약 1113만 원)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201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구리 가격은 이달 들어서만 11% 넘게 올랐다.
구리 가격 상승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경기 반등으로 중국과 선진국의 수요가 치솟은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수요는 급증하는 가운데 코로나19로 인한 각국의 봉쇄 조치 여파로 생산이 차질을 빚은 것이 가격 상승세를 더욱 부추겼다. 실제로 최대 구리 광산인 칠레 에스콘디다의 생산량은 올해 3월까지 지난 9개월간 8% 감소했다.
구리는 가전제품에서부터 전기차, 풍력 발전 터빈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제품에 들어간다. 이 때문에 통상적으로 구리 가격 상승은 인플레이션 신호로 간주된다. 구리는 전기 전도성이 낮아 재생에너지 저장과 운반에 가장 효율적인 소재로 꼽힌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구리는 새로운 석유’라는 보고서에서 “구리 없는 탈(脫) 탄소는 없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구리 가격 상승세가 당분간 더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관심이 커지면서 구리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당장 공급을 급격히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구리 광산을 확보하는 데는 약 10년이 걸리고 기존 광산을 확장하는 것 역시 최소 2~3년이 소요된다.
씨티그룹의 맥스 레이튼 애널리스트는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수급 불균형으로 올해 구리 재고가 50만톤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하면서 ”현재 구리 가격이 장기 호황(슈퍼사이클)의 ‘슈퍼’에 놓여있다“고 진단했다.
TD증권의 바트 멜렉 상품전략 책임자는 ”리플레이션(디플레이션과 인플레이션 사이에서 통화를 다시 팽창시키는 것) 신호에 불이 붙으면 구리 가격은 역대 최고치를 테스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