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표결 이후에도 거센 항의
조응천 표결 기권 "감당할 것"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추진하다 끝내 무산됐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출범이 10일 공수처 개정안 국회 통과로 16년 만에 현실화했다.
이날 공수처 개정안 통과는 더불어민주당 의원 174명 가운데 172명이, 열린민주당(3명)과 여당 출신 무소속 4명(박병석 국회의장 포함)은 물론 정의당(6명)까지 찬성표를 던진 결과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도의 개정안의 핵심은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의 의결 정족수를 전체 위원 7명 중 6명에서 5명으로 완화하는 것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자를 추천할 때 야당 측 추천위 위원의 동의를 반드시 받도록 규정한 현행법을 고쳐, 야당 거부권을 뺏는 것을 골자로 한다.
앞서 국민의힘은 전날 본회의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까지 강행하며 법안 통과를 막아섰으나 회기 종료로 필리버스터는 전날 자정에 자동 종료됐다.
이날 본회의에서도 여당 제출 개정안에 대한 수정안을 제출하고, 수정안에 대한 제안설명을 이례적으로 20여 분 동안이나 실시하며, 수정안에 대해 표결을 하는 등 모든 수단을 동원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유상범 의원이 제안설명을 한 야당의 수정안은 재석 288인에 찬성 100명, 반대 187명, 기권 1명으로 부결됐고, 박 의장은 수정안 부결 직후 국회법 절차에 따라 개정안 원안을 표결에 부쳐 가결을 끌어냈다.
국민의힘은 법안 통과 이후에도 본회의장 안팎에서 민주당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며 거세게 항의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국회와 사법, 행정 등 전 헌법기관에 걸쳐 국정농단이 만성화되고 있다”며 “선출된 권력에 의해 민주주의가 파괴되는 헌정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공정경제 3법 등 경제 관련 개혁법안을 처리할 때 ‘개혁 후퇴’라며 민주당과 대립했던 정의당도 공수처법에 대해서는 찬성이 당론으로 모였다.
김종철 정의당 대표는 이날 본회의를 앞두고 기자회견을 열어 "공수처 출범 자체가 계속 지연되는 것을 좌시할 수는 없다. 하기에 정의당은 우선적으로 공수처를 출범시키고 이후에 공수처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강화한 개정안을 반드시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민주당이 단독으로 발의한 공수처 설치법 개정안은 20대 국회에서 정의당과 함께 마련한 원안에서 분명히 후퇴한 안"이며 "공수처의 중립성과 독립성 측면에서 야당의 비토권을 사실상 없앤 조항은 반드시 보완되어야 한다"면서도 "검찰개혁에 대한 고(故) 노회찬 의원의 정신을 매듭짓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에서는 구속 중인 정정순 의원이 이날 본회의에 참석하지 못했고, 조응천 의원은 본회의에는 출석했으나 공수처법 투표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조 의원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투표 불참은 소신에 따른 행위였다면서 민주당 지지자들의 비판이나 당의 징계 가능성 등은 "다 감당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본회의장에서 공수처법 통과에 대한 항의를 이어가는 가운데서도 공수처법 관련 부속법안들 역시 차례차례 본회의를 통과했다.
한편 노무현 전 대통령은 16대 대선 당시 공약집에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신설 통한 대통령 친인척 및 고위공직자의 부정부패 척결'을 약속하며 검찰 개혁에 강력 드라이브를 걸었다. 노 전 대통령은 "검찰의 문민화는 시대적 과제"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검찰 조직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위해 노 전 대통령은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설치'라는 두 가지 제도 개혁을 추진했다. 특히 공수처의 경우 수사권만 주고 기소권은 주지 않는 내용이 주요 골자였다.
당시 야권의 반발로 무력화했다. 노 전 대통령은 자서전에서 "한나라당은 무조건 반대했다. 검찰은 조직의 역량을 총동원하여 국회에 로비를 했다"고 당시를 돌이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