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들에게 수 억원을 빌린 후 갚지 않은 혐의로 재판을 받다 잠적했던 두산가(家) 4세 박중원(52) 씨가 항소심 첫 재판에 출석해 선처를 호소했다.
박 씨의 변호인은 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8-2부(재판장 이원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지인들로부터 많은 돈을 빌린 것은 피고인의 불행한 가정사 때문"이라고 밝혔다.
박 씨 측은 아버지인 고(故) 박용오 전 두산그룹 회장의 사망과 친형의 배신 등 가정사를 언급하며 "정신적 충격으로 채무를 지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작년부터는 새로운 직장에서 누구보다 성실히 근무하고 있다"며 "어린 딸을 정상적으로 양육해야 한다는 점도 고려해달라"고 덧붙였다.
박 씨는 "모든 결과에는 원인이 있다고 생각해 많은 부분을 되돌아봤고 피해를 본 고소인들에게 진심을 전하고자 많은 노력을 했다"며 "재판에 참석하지 못한 점은 미안하다"고 말했다.
고 박 전 회장의 차남인 박 씨는 2011∼2016년 4명의 피해자에게 4억여 원을 빌린 뒤 갚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회사 인수를 핑계로 피해자로부터 돈을 빌린 박 씨는 계약서를 위조하고 이를 행사한 혐의(사문서위조)도 받는다.
박 씨는 자신이 두산그룹 오너가라는 것을 내세우거나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의 친분을 과시하는 등 방법으로 피해자들을 속인 것으로 조사됐다.
박 씨는 2012년 11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두고 잠적했다. 도피행각을 벌이던 그는 2013년 3월 서울 송파구 잠실의 한 당구장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1심 재판 과정에서 박 씨는 공판기일에 줄곧 출석하다 2018년 10월 선고기일이 결정되자 법정에 나타나지 않아 선고가 3차례 미뤄졌다. 재판부는 결국 박 씨가 불출석한 상태에서 재판을 열고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박 씨는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이날 검찰은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해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는 다음 달 4일 박 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 기일을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