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워커홀릭’으로 불리며 가열차게 달려온 박원순 서울시장은 3180일을 고된 발걸음을 멈췄다.
박 시장의 시정 활동은 2011년 시작됐다. 오세훈 전 시장이 사퇴하면서 치러진 재보궐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한 박 시장은 당시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었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양보로 야권 단일후보로 나섰다.
박 시장은 나경원 당시 한나라당 후보를 누르고 오 전 시장의 남은 임기 2년8개월을 넘겨받았다. 박 시장은 시민사회단체 출신 인물들을 대거 서울시 곳곳에 배치하고 세세하고 꼼꼼한 시정 활동을 시작했다. 박 시장이 처음으로 결재한 서류는 ‘초등학교 5·6학년 무상급식 지원’안이다.
2014년 6월 4일 지방선거에서는 정몽준 당시 새누리당 후보를 제치고 재선 서울시장이 돼 임기를 온전히 채우면서 소탈하고 성실하다는 평가를 쌓았다. 쉴 틈 없이 일하고 새벽에도 업무를 챙기는 등 대표적인 ‘워커홀릭’으로 꼽혔다.
시민운동가 출신 서울시장으로서 무상급식, 비정규직 정규직화, 청년수당, 도시재생, 사회적경제기업 협동조합, 원전하나줄이기, 노동이사제, 토건에서 복지 패러다임으로 전환 등 사회혁신정책을 단행했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전격적으로 투명한 정보공개를 단행하며 결단력을 과시한 박 시장은 2018년 6월 4일 자유한국당 김문수 후보와 바른미래당 안철수 후보를 제치고 3선에 성공했다.
공공주택 공급, 전기차 보급·충전소 인프라 확충, 어르신 일자리 사업 확대 등 부문에서 성과를 내왔다. 2018년 발 빠르게 제로페이를 도입해 모바일 간편결제서비스 시장에 한 획을 그었다. 그가 도입한 공유자전거 따릉이는 서울 시민의 교통 문화를 바꿨다는 평을 받는다.
올해는 청년수당 대상자 대폭 확대, 신혼부부주거지원 확대, 부동산 ‘국민공유제’ 실천 등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박 시장은 신년사에서 “누구나 같은 출발선에서 목표를 향해 경쟁하는 서울, 경제와 민생을 살리는 대전환을 서울이 먼저 하겠다”며 “‘시민의 삶을 바꾼 10년 혁명’의 완성을 위해 첫 마음 그대로 나아가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갑작스럽게 터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국면에서는 긴급재난지원금 이슈를 주도했다. 최근에는 부동산정책과 관련해 그린벨트를 완화하는 방안을 두고 민주당 지도부와 대립했다.
박 시장은 8일 “서울시가 과감하게 첫발을 내딛어 그린뉴딜의 표준모델을 제시하겠다”며 ‘서울판 그린뉴딜’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는 박 시장이 마지막으로 발표한 정책이 됐다.
실종됐던 박 시장이 결국 숨진 채 발견되면서 그린벨트 해제 반대, 재건축 규제 등 부동산정책이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 시장은 철학인 그린벨트를 해제하지 않으면서도 정부가 요구하는 주택 공급 물량을 늘리는 방안을 고심해왔다.
박 시장의 빈자리는 서정협 행정1부시장이 권한을 대행한다. 서 부시장은 보궐선거가 열리는 내년 4월까지 9개월간 시장직을 수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