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볼턴의 저서 ‘그 일이 일어난 방’은 예정된 대로 이날부터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공식 판매에 들어갔다. 현재 온라인 서점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볼턴은 이 책에 자신의 관점에서 바라본 북미 정상회담과 판문점 회동, 한미 정상회담과 정상 간 통화 등 북미·한미 간 외교전 막후에서 일어난 비화들을 적나라하게 담았다. 또 한국과 북한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 이란, 베네수엘라 등 트럼프 대통령이 다룬 주요 외교 현안과 관련한 내용이 다수 담겼다.
백악관은 약 570페이지 가운데 400여 곳 이상의 부문에 대해 수정 및 삭제를 요구했다. 앞서 백악관은 볼턴의 회고록이 국가 기밀을 다수 포함하고 있다며 출간을 막으려고 소송을 제기했지만 기각됐다. 소송 과정에서 법원에 제출된 17페이지 분량의 서류에는 볼턴의 책 내용 가운데 약 415곳에 수정과 삭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담겼다. 특히 백악관은 북미 정상회담 등 한반도 관련 내용을 다룬 두 개의 장에서만 110개가 넘는 수정 및 삭제 의견을 냈다.
백악관은 일부 문장의 삭제와 함께 몇몇 단정적인 문장에 ‘내 의견으로는~’, ‘알게 됐다’ 등의 표현을 추가할 것을 요구했다. 기존 ‘~할 것(would)’을 ‘~할 수 있을 것(could)’으로 변경하라고 주문하는 등 뉘앙스까지 고려하는 모습도 보였다. 한미 균열, 북미 관계 악화 등 외교적 악영향을 우려한 것으로 보이지만, 볼턴은 백악관 주장을 전부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볼턴은 회고록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비핵화 구상을 ‘조현병적인 생각’이라고 폄훼하는 한편, 일본 정부에 대해선 “일본은 이란과 북한에 대해 조현병을 앓고 있다”고 표현했다.
정식 출간 전부터 논란을 일으킨 볼턴의 회고록은 앞으로 더 큰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관계를 떠나 북미·한미 정상 간 비공개 대화 등이 책을 통해 공개되는 것 자체가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국가 간 외교의 기본을 저버린 것인 데다 북미와 한미 관계 등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도 있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에도 볼턴에 대한 맹공격을 이어갔다. 트럼프는 볼턴을 “무능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나는 존 볼턴에게 기회를 줬다”며 “그는 또라이로 여겨졌으며, 호감을 얻지 못해 상원의 인준을 받을 수 없었던 인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나는 항상 다른 관점을 듣는 것을 좋아한다. 그는 몹시 무능하고 거짓말쟁이로 판명됐다”며 “판사의 의견을 봐라. 기밀 정보!”라고 덧붙였다.
같은 날 볼턴은 USA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선 낙선론을 거듭 주장하며, “날 고용한 사람이 해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