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을 이겨 내기 위한 증권업계의 노력이 올해 들어 본격적으로 진행 중이다. 코로나19 여파에서 벗어나고자 지점 운영을 줄이는 대신 비대면 거래를 유도하고, 정규직 인원 또한 줄이며 긴축 재정을 하는 모습이다.
2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증권사들의 국내 지점은 총 1001곳으로, 전년 말 대비 25곳 감소했다. 국내 지점은 2015년 1216곳에서 이듬해 1275곳으로 증가했으나 이후 해마다 감소하는 추세다.
가장 지점 수가 많이 줄어든 미래에셋대우의 경우 점포 대형화로 이를 상쇄하고 있다. 지점 통폐합을 통해 여러 분야 전문가를 두고, 맞춤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두 번째로 지점 수가 많이 줄어든 하나금융투자도 상황은 비슷하다. 2017년과 2018년까지 메가점포(대형 지점)를 늘리는 과정에서 지점 수가 감소했다.
일부 지점을 늘렸던 증권사도 지난해부터 지점 축소에 동참하고 있다. 지난 3년간 지점 수가 늘어난 곳은 신한금융투자로 110개에서 120개로 늘렸고, IBK투자증권(4개), 상상인증권(2개), 흥국증권(1개) 등이다. 이 중 신한금융투자는 지난해 124개였던 지점을 올해 1분기 들어 4개 줄였고, 지난해 29개까지 지점을 늘렸던 IBK투자증권은 4개를 줄였다. 특히 올해 1분기에도 복수의 증권사가 지점 축소에 나서며 현재 기준으로 증권사 지점은 1000개에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지점 감소가 시작된 시기는 증권사의 비대면계좌를 허용한 시기와도 맞물린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증권사의 비대면계좌는 2016년 2월 허용된 이후 증권사들의 계좌 유치 경쟁 속에 급증하고 있다. 2016년 당시 55개에 불과했던 비대면 계좌는 지난해 6월 626개로 늘었다. 전체 계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에서 14%로까지 커졌다.
비대면 계좌개설 허용 이후 증권사들의 생존 전략에도 변화 양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성복·안유미 자본시장연구원은 증권사들의 바뀐 소매고객 영업전략으로 △비대면 신규고객 대상 위탁매매수수료 무료 혜택 △위탁매매와 직간접 연계된 신용거래융자와 CMA의 가격경쟁 △핀테크기업의 디지털 플랫폼 적극 활용 등을 꼽기도 했다.
특히 위탁매매 사업과 관련해 “은행지점에서 개설된 가상계좌의 경우 증권사가 은행에 매월 계좌 유지비용을 지급해야 했던 반면, 비대면 채널을 통해 개설된 계좌의 경우 증권사가 그만큼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객들에게 수수료 혜택을 주더라도 비대면 거래로부터 증권사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더 크다는 것이다.
비대면 거래 증가와 함께 정규직 인원 감축도 병행하는 양상이다. 1분기 주요 증권사 10곳의 인원 현황을 살펴본 결과, 지난해 대비 정규직원을 줄인 곳은 총 7곳이었고, 반면 계약직을 늘린 곳 역시 7곳이었다. 전체 정규직 수는 1만7032명으로 160명 감소했고 계약직 수는 6004명으로 219명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IB 부문 등 실적 악화에 대한 해법으로 대형 증권사들이 몸집 줄이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정규직 임원 감축은 판매관리비 감소로도 직결됐다. 올 1분기 증권사 10곳의 판관비 총액은 1조356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71% 감소했다. 판관비는 일반적으로 직원 급여와 광고행사비, 복리후생비 등을 포함하는 만큼 이들이 인력 감축과 더불어 전반적인 지출 감소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대우가 각각 36.12%, 22.7% 감소하는 등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가시적인 감축이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코로나19에 따른 실적 여파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가운데, 1분기 IB와 트레이딩 부문이 부진한 반면 리테일 부문은 살아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향후 비대면에 대한 중요도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김고운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1분기 리테일 호조가 지속한 가운데 직접 투자, 비대면화, 해외주식 투자 등 세 가지 특징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주식 시장 반등에도 주식형 금융 상품으로의 자금 유입은 미미한 반면, 개인 순매수와 고객예탁금은 사상 최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