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들의 1분기 어닝시즌이 본격화한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여파로 월가 주요 은행들의 분기 순이익이 반 토막 수준으로 급감했다. 다만, 채권과 주식 트레이딩 부문에서 선전하면서 전체 매출에서는 체면을 살렸다.
1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씨티그룹, 골드만삭스 등 월가 주요 은행들의 1분기 순익이 40% 이상 급감하면서 ‘반토막’ 났다. 은행들이 향후 대출 부실에 대비한 충당금을 대폭 늘린 점이 순익을 줄였다는 분석이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1분기 순익이 12억1000만 달러(약 1조4713억 원)로 전년 동기 22억5000만 달러에서 46% 급감했다고 발표했다. 예상 대출 손실과 자산관리 분야의 부진이 실적 악화를 초래했다. 골드만삭스는 1분기 대출 관련 예상 손실을 9억3700만 달러로 추산하고 별도로 적립했다. 작년 동기의 4배에 이르는 규모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는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경제 혼란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도 1분기 순익이 45% 줄어든 40억1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BoA 역시 예상 대출 손실에 대비해 36억 달러를 적립하면서 대손충당금이 48억 달러로 늘어났다.
씨티그룹 역시 1분기 순익이 전년 동기 대비 46% 급감한 25억2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70억 달러를 예상 대출 손실 충당금으로 적립하면서 대손충당금 총액은 210억 달러로 급증했다.
마이클 코뱃 씨티그룹 CEO는 “이것은 금융위기가 아니다”라면서 “경제 충격을 수반하는 공중 보건 위기”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손충당금을 상당 규모 보유하고 있지만, 바이러스로 인한 세계 경제 충격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 아무도 모른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월가 은행들은 채권과 주식 트레이딩 부문에서 선전하면서 매출은 예년 수준을 유지했다. 골드만삭스는 채권과 주식 트레이딩에서 각각 29억7000만 달러와 21억90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이에 따라 전체 매출은 전년 동기 수준인 87억4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전문가 전망치(79억2000만 달러)도 훌쩍 넘어섰다.
BoA도 트레이딩 부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하면서 매출은 예상치에 부합한 228억 달러를 기록했다.
씨티그룹 역시 채권과 주식 트레이딩 매출이 39%씩 늘면서 1분기 전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한 207억 달러였다.
이날 씨티그룹과 BoA는 주가가 각각 5.64%, 6.49% 폭락했고, 골드만삭스는 강보합세에 거래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