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확산)이 세계 경제에 5가지 경로로 충격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분석결과가 나왔다.
1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코로나19 글로벌 확산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의 빠른 전염과 이에 대한 불안감 확대로 세계 경제에 미치는 충격은 전례 없이 클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8일 기준 세계 209개국에서 151만 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으며, 이로 인해 8만8000명이 사망했다. 제조업과 비제조업을 포함한 종합 구매관리자지수(PMI)도 2월 중국이 28.9(1월 53.0)로 급락한 데 이어, 3월 미국(2월 49.6→3월 40.5)과 유로지역(51.6→31.4), 일본(47→36.2)도 큰 폭 하락했다.
코로나19 확산은 우선 미국과 중국, EU, 일본 등 주요국에서 확산하면서 세계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과거보다 더 클 것이란 전망이다. 이들 주요국이 세계경제(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거의 70%(2018년 명목GDP 기준 67.9%)에 달하기 때문이다. 특히, 서비스업 비중이 높은 미국(2018년 기준 80.6%)과 EU(73.4%) 등에서 이동제한과 사회적 거리두기 등 조치로 경제활동이 더 위축될 것으로 판단했다.
상품교역도 큰 폭으로 둔화하고 있다. 특히 주요국 간 교역보다는 주요국과 여타 지역과의 교역 감소폭이 더 클 것으로 예상했다. 이 중 주요국에 대한 GDP 대비 수출 비중이 높은 아세안(26.7%)과 한국(24.3%)은 영향을 크게 받을 것으로 봤다.
인적 교류도 위축되고 있다. 실제 각국은 국경봉쇄, 입국제한 등 조치를 시행중인 데다, 불안심리가 고조되면서 해외여행이나 출장, 유학 등 글로벌 인적 교류도 위축되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관광산업에 대한 타격은 불가피하다고 봤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향후 3개월간 각국의 여행제한 조치가 지속될 경우 올해 중 항공여객수입은 전년 대비 38%(2520억 달러)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공급망 훼손으로 인한 글로벌 제조업 피해도 불가피할 것으로 봤다. 글로벌 가치사슬(GVC)에서 미국과 독일, 중국 등 주요국은 지역별 중간재 공급자로서 완제품을 생산하는 주변국과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실제 각 수출국 수출품 생산에 투입된 해외부가가치 대비 거점국 부가가치 비중(2015년 기준)을 보면 북미에서 미국은 42.1%를, 유럽에서 독일은 13.5%를,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중국은 18.8%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한국의 중국 비중은 21.3%에 달했다.
이 밖에도 취약 국가들이 재정 및 외환위기로 이어지면서 국제금융시장 불안이 심화하고 있다.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하듯 일부 취약신흥국과 유럽국가를 중심으로 국가 신용리스크가 확대되고 해외자본이 유출되면서 주가 및 통화가치가 하락했다. 아울러 신흥국을 중심으로 기업부채가 급증한 상황에서 실물부진이 장기화할 경우 채무상환능력 악화, 신용리스크 확대, 신용경색으로 이어질 가능성 있다고 봤다.
한은 관계자는 “코로나19 전개상황이 예측이 안 된다. 세계 경제 연계성이 강화됐고, 이동이 많고, 정보가 빨라지면서 충격이 과거보다 클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최소한 글로벌 금융위기 정도 충격은 될 것으로 보인다”며 “대표적으로 5가지 과정을 거쳐 세계 경제에 충격이 전파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