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에서 타이밍은 승부를 가르는 변수로 작용한다. 잘못된 선수 교체 혹은 전술 변화 타이밍으로 결과는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이를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유로2004 네덜란드 대 체코 경기였다.
당시 네덜란드는 후반 초반까지만 해도 체코를 2대1로 제압하고 있었다. 그런데 네덜란드가 지나치게 이른 시기에 수비 전술로 바꾸자, 체코는 틈을 노려 파상 공세를 펼쳤다. 그 결과 네덜란드는 3대2로 역전패당했다.
타이밍은 축구에서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정부 정책도 어떤 시기에 시행하느냐에 따라 상반된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이를 고려할 때 코로나19로 위기를 겪고 있는 항공업에 대한 정부 지원책의 타이밍은 아쉽기만 하다.
물론 정부는 항공산업 위기 극복 대책으로 저비용항공사(LCC) 대상 3000억 지원, 주기료 감면 등을 발표했다. 지원책이 부실하다는 비판이 나오자 이제서야 대형항공사(FSC)를 포함해 2조 원 지원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다른 국가의 지원책과 비교했을 때 여전히 부족하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말하고 있다. 실제 독일은 자국 항공사를 대상으로 무한대 금융지원을 비롯해 무이자 대출기한 연장, 세금유예 등을 시행하고 있다. 프랑스도 자국 항공사에 대한 담보대추를 지원하는 정책을 수립했다.
정부가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사이 항공업계는 악화일로로 접어들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경영 위기로 전체 직원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350여 명을 구조조정하기로 했다.
업계 1위인 대한항공도 고정비용을 줄이기 위해 전 직원을 대상으로 6개월간 휴업을 진행한다.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된다면 올해 상반기 내 일부 항공사가 도산될 수 있다는 이야기마저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축구에서는 어떤 팀이 잘못된 판단으로 패배했더라도, 다른 경기를 통해 만회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 정책은 다르다. 잘못된 타이밍으로 수천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은 물론 최악의 경우 산업기반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정부가 전폭적인 지원정책을 하루빨리 시행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