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제프리스파이낸셜그룹의 페그 브로드벤트(56)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전날 코로나19 감염에 의한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제프리스는 성명을 통해 알리고, “브로드벤트는 12년 넘게 우리의 CFO이자 파트너였다. 현재 규모의 절반도 안 됐던 시절부터 지금같이 제프리스를 키우면서 동고동락했다”고 애도했다.
블룸버그는 브로드벤트가 코로나19로 인한 월가 첫 사망 사례임을 상기시키면서 이것은 월가가 직면한 리더들의 건강 리스크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CFO는 단순히 회사의 재무부서만 책임지는 임원이 아니라 최고경영자(CEO) 부재 시 공백을 채우는 역할도 한다. 브로드벤트처럼 중요한 직책에 있는 인사들이 코로나19로 사망하거나 업무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회사 전체가 흔들릴 우려가 있다. 현재 월가 최장수 CEO인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은 코로나19에 걸린 것은 아니지만 이달 초 심장 응급수술을 받아 후계자를 물색해야 하는 상황이다.
월가뿐 아니라 여러 기업에서 고위 임원들이 잇따라 코로나19에 노출돼 비상이 걸렸다. ‘말보로’로 유명한 담배제조업체 알트리아그룹은 지난 20일 “하워드 윌라드 회장 겸 CEO가 코로나19 환자와 접촉해 일시적으로 병가를 낸다”며 “우리는 윌라드 CEO와 긴밀한 접촉을 한 사람들에게도 14일간의 자가 격리를 요청했다”는 성명을 냈다. 영국 통신 대기업 BT그룹과 미국 NBC유니버설 CEO는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스페인 최대 은행 방코산탄데르의 포르투갈 법인 회장도 이달 초 코로나19로 사망해 업계에 충격을 안겼다.
코로나19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감염된다. 기업 CEO는 물론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찰스 왕세자, 할리우드 톱스타 톰 행크스와 그의 부인 등이 코로나19 확진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월가는 중국을 넘어 세계에서 가장 확진자가 많은 미국에서도 진앙지인 뉴욕에 있어 더욱 긴장된 분위기에 있다.
미국에서 10만 명에서 최대 20만 명이 코로나19로 사망할 수 있다는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의 경고까지 나오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날 ‘사회적 거리두기’ 가이드라인을 한 달 더 연장했다. 트럼프는 당초 4월 12일 부활절 전까지 이동 제한을 해제하는 조기 정상화를 노렸으나 사태의 심각성에 이를 포기한 것이다.
월가도 최우선 순위가 된 리더들의 건강을 지키고자 갖은 방안을 동원하고 있다. 화상 회의는 이미 기본이다. 일부 기업은 핵심 임원들을 아예 격리시키는 것을 고려하고 있으며 다른 기업은 여전히 출장을 다니는 CEO를 위해 개인제트기를 임대했다. 어떤 곳은 임원들을 전 세계로 배치하고 있다.
임원을 선발하는 방식도 바뀌고 있다. 한 CEO 전문 헤드헌터는 블룸버그에 “고객사들이 오직 화상회의로만 CEO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