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의 스마트폰이 해킹을 당했다. 해킹 용의자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지목되면서 미국이 발칵 뒤집혔다.
2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 2018년 베이조스가 빈 살만 왕세자로부터 모바일 채팅앱인 ‘왓츠앱’ 메시지를 받은 뒤 스마트폰이 해킹됐다고 보도했다. 그해 3월 베이조스는 사우디를 방문해 빈 살만 왕세자와 만났다. 그해 5월 1일 빈 살만 왕세자의 계정으로부터 왓츠앱 메시지를 받았다.
디지털 포렌식 분석 결과, 빈 살만 왕세자가 보낸 메시지에 악성 파일이 포함돼 있었고 이를 열자 베이조스의 스마트폰에 저장돼 있던 정보들이 몇 시간 만에 털렸다. 그의 사생활이 담긴 문자를 포함해 방대한 양의 정보가 유출됐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3월 미국 타블로이드 ‘내셔널 인콰이어러’가 베이조스의 불륜을 보도하면서 불거졌다. 당시 내셔널 인콰이어러는 미국의 전 방송기자이자 앵커 출신인 로렌 산체스와 베이조스의 불륜설을 보도했다. 그러면서 베이조스의 문자 내용을 제시했다. 내셔널 인콰이어러는 “베이조스 여자친구의 오빠로부터 제보를 받았다”고 주장했지만, 베이조스는 해킹 등 개인정보 유출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며 자체 조사를 시작했다.
조사팀은 디지털 포렌식을 진행했고, 빈 살만 왕세자로부터 온 메시지로 인해 해킹이 시작된 것으로 잠정 결론 내렸다.
가디언은 해킹된 정보가 어떻게 사용됐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해 10월 미국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의 칼럼니스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베이조스가 WP의 사주라는 점에서 해킹과 살해 사건에 연관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사우디 비판 칼럼을 자주 기고해온 카슈끄지는 터키 이스탄불에 있는 사우디 총영사관을 방문했다가 살해됐는데 그 배후에 빈 살만 왕세자가 있다는 의혹이 계속 제기돼 왔다.
가디언은 “미래의 사우디 국왕이 될 빈 살만 왕세자가 미국의 최대 부자를 대상으로 한 해킹 사건에 연루됐다는 사실에 월가부터 실리콘밸리까지 미국 전역이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또 왕세자가 사우디 경제 구조 개혁을 내걸고 해외 투자 유치에 전력을 다해 온 그간의 노력도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