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중국 측 고위급 무역협상 대표인 류허 부총리는 1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1단계 무역합의문에 서명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서명식에는 그동안 무역협상을 벌였던 양국 대표들과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국회의원, 기업계 인사들이 참석해 세계 양대 경제국인 미국과 중국이 최근 들어 드물게 우호적인 순간을 연출하는 장면을 지켜봤다.
미·중 양국이 정식으로 발효하는 무역협정 합의문에 서명한 것은 미국이 지난 2018년 7월 대중국 관세 폭탄을 터트려 무역전쟁을 개시하고 나서 약 18개월 만이다.
양측이 일시적으로 휴전하면서 그동안 세계 경기둔화 압박을 가중시켰던 무역전쟁 우려가 다소 완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정 무역을 실현하는 역사적인 거래다. 이번 행사는 매우 중요하고 놀라운 순간”이라며 “과거 무역협정에서 불공평하다고 봤던 점들을 고치는 것은 아마도 내가 대통령에 출마했던 가장 큰 이유다. 우리는 함께 과거의 잘못을 바로 잡았다”며 자신의 성과를 뽐냈다.
류허 부총리는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을 대독했다. 서한에서 시 주석은 “이번 합의는 양측이 대화를 통해 이견을 해소하고 해법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이는 중국과 미국, 전 세계에 좋은 것”이라고 밝혔다.
1단계 무역합의문 서명에 뉴욕증시는 이날 상승했다. 다우지수는 0.3% 오른 2만9030.22로 마감해 사상 처음으로 2만9000선을 돌파했다. S&P500지수는 6거래일째 장중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했지만 종가는 사상 최고치에 살짝 못 미쳤다. 나스닥지수는 0.1%로 소폭 올랐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서명식 이후 약 90페이지에 달하는 합의문을 발표했다. 총 8개 항목으로 구성된 합의문은 중국이 대미 수입을 현 수준보다 50% 더 늘리고 지식재산권을 보호하며 강제 기술 이전을 방지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1단계 합의의 핵심은 미·중 무역의 대폭 확대다. 중국은 미국 상품과 서비스를 앞으로 2년간 2000억 달러(약 232조 원) 추가 구매하기로 약속했다. 첫해에는 767억 달러, 그 다음 해는 1233억 달러어치를 구매하기로 했다.
세부적으로는 2년간 서비스가 총 379억 달러, 공산품이 777억 달러, 농산물이 320억 달러, 에너지가 524억 달러다. 미국의 2017년 대중국 수출이 1863억 달러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은 대미 수입을 종전보다 50% 더 늘리는 셈이다.
미국은 중국의 수입 대폭 확대에 대한 보답으로 2월에 지난해 9월 발동한 1200억 달러 규모의 대중국 관세율을 종전의 15%에서 7.5%로 낮추고 당초 지난해 12월 부과할 예정이었던 1600억 달러 규모 관세는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수출에 유리하도록 자국 통화를 평가절하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환율 조항’도 합의문에 담겼다.
아직도 갈 길은 멀다. 중국의 기업 보조금 등 산업정책이나 구조적 개혁, 기술 패권전쟁 등 미·중 무역전쟁이 벌어졌던 근본 원인들은 아직 제대로 논의가 되지 않은 상태다. 아울러 미국은 여전히 중국 수입품의 약 70%에 제재 관세를 부과한 상태다. 이에 전문가들은 1단계 무역합의를 ‘임시 휴전’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