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상이 양국의 무역갈등 해소 필요성에 공감하고 대화를 통해 해결하자는데 합의했다. 다만 양국 경제갈등의 시발점인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서는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하며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 철회라는 가시적인 성과는 이끌어내지 못했다.
외교당국은 강제징용 판결 문제 해소를 위해 소통과 협의를 계속하기로 했으며 통상당국 역시 조만간 서울에서 8차 수출관리 정책대화를 열고 경제갈등 해소를 위한 대화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일본은 올해 7월 4일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를 단행했다. 이후 양국은 수출절차 우대국 명단인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서로를 제외하고 한국이 일본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등 갈등의 골은 깊어졌다.
11월이 되며 분위기는 바뀌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직전인 지난달 22일 한국이 지소미아 협정 종료 통보의 효력을 정지시키고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한 WTO 제소 절차도 멈추며 일본과 대화의 장을 열기로 합의한 것.
이에 한일 통상당국은 이달 16일 일본 도쿄(東京)에서 3년 6개월 만에 수출관리 정책대화를 재개하는 성과를 얻었다. 특히 일본이 한일 정상회의를 닷새 앞두고 규제 대상 3개 품목 중 포토레지스트의 수출규제를 소폭 완화하는 등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인 점도 경제갈등 해소의 기대를 키웠다.
이 같은 분위기 속 양국 정상은 24일 중국에서 만나 수출규제 해제 시점과 지소미아 문제에 대해 논의했으나 결국 구체적인 성과를 얻진 못했다.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정상회의에서 "일본이 취한 조치가 지난 7월 1일 이전 수준으로 조속히 회복돼야 한다"며 아베 총리의 관심과 결단을 당부했다고 전했다. 아베 총리가 수출 당국 간 대화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며 문제 해결의 여지를 열어둔 점은 다행이지만 언제 수출규제를 풀지는 밝히지 않았다.
일본의 수출규제 해제를 끌어내지 못한 건 양국이 강제징용 문제를 두고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본이 수출규제를 취한 근본적 원인이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인 만큼 일본은 강제징용 문제가 어느 정도 풀려야 수출규제에 대한 입장도 바꿀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