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의견은 말 그대로 소수의견이다. 금통위는 합의제 의결기관이기 때문에 다수 의견이 중요하다.”
이주열<사진> 한국은행 총재는 17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은 본점에서 가진 물가설명회를 겸한 기자들과의 송년 만찬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앞서 이날 공개된 11월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명시적으로 금리인하를 주장한 신인석 위원 외에도 조동철 추정 위원이 사실상 금리인하를 주장하고 나서면서 금융시장 등을 중심으로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이 커질 것을 염려한 사전 진화로 풀이된다. 실제 11월 의사록에서 조동철 추정 위원은 “거시경제 상황에 맞추어 기준금리를 하향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되지만 그 시점은 두 차례 기준금리 인하효과를 지켜보겠다는 지난 통화정책 결정회의 의결문의 취지를 존중하기 위해 다음 회의로 이연시키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최근 저물가가 지속되고 있지만 통화정책만으로 대응할 수 없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그는 “저물가가 장기간 지속되는 것은 수요압력이 약한 것도 있고, 그 외에 공급요인, 정부의 복지정책 강화 같은 정책적 요인에도 상당 부분 기인한다”며 “이런 저물가에 대해 통화정책만으로 대응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그렇다고 금리인하 여지를 완전히 차단한 것은 아니다. 다만 신중하게 결정해 나갈 뜻을 내비쳤다. 이 총재는 “완화할 수 있는 정책 여지가 있는 것은 여러 번 강조했다”면서도 “완화 정도를 추가 조정할 것인지의 여부는 물가, 경기상황, 금융안정상황, 그리고 정책, 만약 추가조정을 한다면 그에 따라 예상되는 효과와 부작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16일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대책으로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될 것으로 예측했다. 아울러 정부대책에서 집값 과열 원인 중 하나로 지목한 저금리에 대해서는 경기상황을 고려한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음을 설명했다.
이 총재는 “어제(16일) 발표한 정부의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에는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규제 강화가 있고, 또 그 외에 주택 수요에 영향을 주는 조치들이 함께 담겨져 있다”며 “가계부채 증가세가 금년 들어 둔화되고 있지만 그런 가계부채 증가세를 더 둔화시키는 효과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어 “정부에서 주택시장 상황을 평가하면서 저금리를 지목했다. 금리인하가 주택 수요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지만 거시경제 여건과 금융안정 상황에 비춰볼 때 지난 두 번의 금리인하 조치는 그 당시 상황을 비춰보면 경기와 물가에 더 중점을 둬야 할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그간 한은이 주목했던 미·중 무역갈등은 한고비를 넘겼고, 반도체 경기는 개선 가능성이 엿보이는 중이다. 이런 와중에 정부가 집값 잡기에 나서면서 한은의 무게추가 금융안정으로 옮겨갈지도 관심사다. 이와 관련해 이 총재는 “미·중 무역분쟁이 최근 1단계 합의가 됐다. 미·중 분쟁은 금년보다 내년엔 좀 완화될 것이다. 또 반도체가 시기가 좀 문제이긴 하지만 (내년) 중반쯤 가면 회복되지 않겠느냐는 전제로 경제전망을 했다”면서 “부동산대책이 어제 나왔다고 바로 (금융안정으로 무게를 실을지에 대해) 판단할 타이밍은 아직 아니라고 본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