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와 닛산, 미쓰비시자동차 등 프랑스·일본 3사 연합이 인공지능(AI)과 커넥티드 카 등 차세대 자동차에 사용될 첨단 기술을 공동 개발하는 새 회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고 1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보도했다.
3사 연합의 움직임은 아우디와 다임러 등 독일 자동차 업체들이 잇따라 대규모 감원을 발표한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앞서 아우디가 지난달 26일 독일 전체 생산 인력의 15%에 달하는 9500명을 2025년까지 감축한다고 밝힌 데 이어 메르세데스-벤츠 모기업인 다임러도 같은 달 29일 전기차로의 전환 등 산업 변화에 대응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고자 오는 2022년 말까지 전 세계에서 최소 1만 명을 감원한다고 발표했다. 불과 일주일 동안 독일 메이저 자동차 업체들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혼란이 없는데도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선 것이다.
합병을 추구했던 카를로스 곤 전 회장을 축출할 정도로 자사의 독립적인 경영을 중시했던 닛산이 1년 만에 다시 르노와 새로운 협력 관계 구축에 나서고 독일 자동차 업체들이 감원에 혈안이 된 것 모두 그 목적은 같다는 평가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차량 등 자동차 산업의 거대한 격변에 대비하고자 한다는 점이다.
다임러는 “자동차 산업은 역사상 가장 큰 변화를 겪고 있다”며 “‘탄소중립(CO2-neutral·이산화탄소 배출량과 흡수량이 같은 상태)’을 달성하려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 이번 감원으로 오는 2022년 말까지 약 14억 유로(약 1조8200억 원)를 절감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르노 등 3사 연합도 연구·개발(R&D) 비용이 어마어마하게 들어가는 차세대 자동차 개발체제를 효율화하려 한다. 곤 전 회장이 작년 11월 체포된 이후 닛산과 르노의 주도권 다툼이 표면화하면서 연합 관계가 흔들리고 있었지만, 자동차 산업의 변화에 대처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박함에 다시 손을 잡은 것이다. 새 회사를 통해 3사의 기술과 인력을 결합하면 그만큼 개발 체제도 간소화해 치열한 차세대 자동차 개발 경쟁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닛산은 지난달 28일 “전기차와 휘발유 차량 등 여러 종류의 차를 하나의 생산라인에서 효율적으로 조립하는 ‘닛산 지능형 공장’이라는 차세대 생산기술을 개발했다”며 “이 기술을 내년 도치기현 공장에 도입하기 위해 330억 엔(약 35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탈리아·미국 합작의 피아트크라이슬러(FCA)와 푸조·시트로엥 브랜드를 보유한 프랑스 PSA그룹이 지난 10월 말 50대 50의 합병에 합의면서 비용을 최대한 절감해 차세대 자동차 기술에 대규모로 투자한다는 명분을 내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