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고유정(36)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추정되는 시간 전후의 통화 내용이 법정에서 공개됐다. 고유정은 잔혹하게 전 남편을 살해하고도 태연하게 일상적 대화를 주고받았다.
4일 오후 제주지법 201호 법정에서 열린 고유정의 여섯 번째 공판에서는 고유정의 이동 동선이 찍힌 폐쇄회로(CC)TV 영상과 통화 내용 등을 중심으로 검찰이 프레젠테이션(PT)하는 서증조사(문서증거조사)가 진행됐다. 전 남편을 살해한 시점에 펜션 주인과 통화한 내용도 공개됐다. 5월 25일 범행 추정시각(오후 8시 10분~9시 50분)에만 3차례에 걸쳐 주인과 통화했다.
검찰은 범행 추정시간대인 오후 9시 50분에 고유정이 "엄마 물감놀이를 하고 왔어"고 말한 내용에 주목하고 있다. 흉기 살해를 '물감놀이'라고 표현한 시간대를 고려하면 최소 오후 9시 50분 이전에는 피해자가 변을 당했을 것으로 보인다.
범행 직후인 오후 10시 50분께 이뤄진 통화 내용도 충격적이다. 고유정은 자신의 휴대전화로 게임을 하던 아들이 펜션 주인으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바꿔주자 "먼저 자고 있어요. 엄마 청소하고 올게용"이라고 말했기 때문. 검찰은 그 시점이 고유정이 전 남편을 살해하고 욕실로 옮긴 뒤 흔적을 지우고 있었던 때로 보고 있다.
검찰은 다른 증거물도 제시했다. 고유정이 컴퓨터 화면에 검색창 30개를 띄워놓고 범행 관련 검색을 한 것, 성폭행 정황을 꾸며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내용을 공개했다. 검찰은 이를 토대로 "(고유정이) 우연히 이뤄진 검색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검색 내용만으로도 당시 고유정이 무슨 생각을 했고, 어떤 행동을 했는지 알 수 있다고도 강조했다.
피해자 유족들은 고유정에 엄벌을 촉구했다. 피해자의 친동생은 고유정이 주장한 '전 남편 변태성욕자'에 대해 "형님은 변태성욕자가 아니다. 형님을 살해한 장본인이 이제는 형님의 명예까지 가져가려는 데 경악했다"고 말했다. 또 "(내가) 법정에서 처음으로 소리를 질렀는데, 고유정은 웃고 있었다"며 울분을 토했다.
피해자 어머니 역시 "내 아들을 죽인 살인마와 한 공간에 있다는 게 참담하고 가슴이 끊어질 것 같다”며 “내 아들을 잔인하게 죽이고 명예를 더럽힌 저 살인마에게 법정 최고형을 내려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