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업체 TSMC에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테크놀로지에 대한 반도체 칩 판매를 중단하라고 계속해서 압박하고 있다.
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과 대만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미국이 대만 정부에 TSMC의 화웨이에 대한 반도체 칩 판매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미국이 대만에 대(對)중국 기술수출 규제 강화도 요구했다고 전했다. 지난달 미국 정부 관계자는 워싱턴에서 대만 관리들을 만나 “화웨이에 수출되는 TSMC 칩이 대만을 겨냥한 중국 미사일에 바로 쓰이고 있다”면서 칩 판매의 위험성을 강조했다고 FT는 밝혔다.
미국의 이같은 압박을 두고 FT는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거래 제한 규정을 중국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으려는 조치라고 풀이했다.
지난 5월, 미 상무부는 화웨이와 68개 계열사를 수출제한 목록에 올리고 정부의 승인 없이 미국 기업들이 제품을 판매·수출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후 상무부는 유예기간을 11월 18일까지 90일 연장했지만 화웨이 계열사 46곳을 블랙리스트에 추가해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미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미 기업들과도 거래하고 있는 TSMC는 화웨이와 계속 거래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TSMC는 퀄컴, 엔비디아, 알파벳, 알리바바 등 세계 주요기업들로부터 반도체 제조를 위탁받고 있다. 특히 애플과 화웨이의 스마트폰 제조에서 중요한 역할 맡고 있다. TSMC의 올 3분기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한 비중이 20%에 이르고 이 중 절반이 화웨이에서 나왔다.
미국의 압박과 관련, TSMC 대변인은 “미국과 기술 산업 분야에서 상호 우려하는 부분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면서 “대만은 상호 규정을 준수하고 미국을 포함한 주요 국가들과 협력을 이어갈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한편, TSMC는 미국 국방부용 반도체 제조를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닛케이에 따르면 류더인(劉德音) TSMC 회장은 전날 북부 신주에서 열린 그룹 운동회에 참석했다가 기자들을 만나 “미국 국방부에서 반도체 제조 관련 문의가 있었다”면서 “요청을 받을 경우 반도체 개발에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국방부가 조달하는 반도체는 군사기밀과 관련돼 있기 때문에 미국에서 생산해야 한다.
TSMC가 미국에 군사용 반도체를 제공할 경우, 주요 고객인 중국이 거세게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고 닛케이는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