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이 기준금리 하락에도 ‘예금 금리 인하’ 카드를 못 꺼내고 있다. 반면 대출금리는 오름세를 유지해 예대금리차 확대가 계속될 전망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시중은행은 지난달 기준금리 인하에도 예금 금리를 낮추지 않고 있다. 애초 국내 시중은행은 지난주 예금 금리 조정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새 예대율 규제와 고객 이탈 우려 등으로 예금 금리 인하 결정을 미루고 있다. 국내 시중은행은 지난 7월 기준금리 인하 직후 2주 내외로 예금 금리 0.25~0.3%P 인하를 단행했다.
예금 금리 인하가 늦어지는 이유는 내년부터 적용될 새 예대율 규제와 고객 이탈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예대율은 ‘은행 총 예금 잔액 대비 대출금 잔액 비율’로 시중은행은 100%가 기준이다. 새 예대율 규제방안은 가계대출에 15%P 가중치가 부여되고 기업대출은 15%P 가중치를 낮췄다. 은행으로서는 연말까지 예금 확보에 전력을 다해야 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예금 금리 인하는 곧 고객 이탈로 이어지므로 어느 한 곳 섣불리 나설 수 없는 환경이다.
이 밖에 앱 하나로 모든 은행 거래가 가능한 ‘오픈뱅킹’ 서비스가 시작돼 고객의 은행 갈아타기가 더 쉬워진 것도 변수다. 다음 달 18일 인터넷은행을 포함한 모든 은행에 오픈뱅킹 서비스가 적용되면 고객 이탈이 더 가속화될 수 있다. 이에 일부 시중은행은 오히려 오픈뱅킹 서비스 연계 우대금리 혜택을 내세워 고객 쟁탈전에 나섰다.
반면 주택담보대출 등 대출 금리는 오름세를 유지 중이다. 신한과 KB국민, 우리, KEB하나, 농협의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평균 2.55~4.24%로 0.058~0.28%P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대출 금리 인상 기조는 금리 기준인 금융채 금리가 지난 8월부터 오름세로 돌아서고, 일부 은행은 가산금리 인상과 우대금리 축소 등으로 실질 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지속되고 있다.
이 밖에 정부가 재정 확충을 위해 국채 발행 확대와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실행을 위한 20조 원 규모의 주택저당증권(MBS) 발행 예고로 당분간 채권시장 금리는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이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