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두 회사가 미국 네바다 사막의 배터리 공장 ‘기가 팩토리’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한 지 5년이 흘렀다. 기가 팩토리는 파나소닉에게는 자동차 전자기기 분야의 미래를 확고히 하고, 테슬라에게는 회사에서 제작하는 모든 자동차에 필요한 가장 중요하고 비싼 부품 조달을 수월하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그러나 양사의 제휴는 100년 전통의, 공감대 형성을 기본으로 하는 일본의 보수적인 복합기업과 100년 자동차 산업의 전통을 뒤집고자 한 머스크의 발상을 바탕으로 16년 전 설립된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사이에 문화 충돌을 일으켰다.
예를 들면 머스크가 작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가진 라이브 인터뷰에서 대마초처럼 보이는 담배를 피울 당시, 지구 반대편에서는 파나소닉 임원들이 “주주들이 이 사실을 알면 어쩌나”하며 불안하게 지켜보고 있었다고 한다.
두 회사의 충돌 지점은 이 뿐이 아니다. 머스크가 중국 공장 건설로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파나소닉에 배터리 가격 인하를 요구했고, 이에 파나소닉이 반발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가격 인하 요구를 거부당한 머스크는 배터리를 자체 개발·생산할 생각으로 추진했지만, 몇 달 작업해보고선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는 이유로 자급자족 계획을 접었다. 이후 테슬라와 파나소닉은 긴밀하게 협력해 ‘모델S’를 출시하고, 2015년에 SUV ‘모델X’를 내놨다.
이 과정에서도 갈등은 있었다. 쓰가 가즈히로 사장을 비롯한 파나소닉 임원과 테슬라 임원 측은 지켜지지 않는 기한 때문에 갈등을 빚었다. 사정을 잘 아는 인물에 따르면 파나소닉이 테슬라의 생산 목표에 맞춰 급하게 준비하면 나중에 테슬라가 예정일보다 지연됐음을 알리는 일이 잦았다. 심지어 당시 파나소닉 부사장이었던 야마다 기요카즈는 최종적으로 조립라인의 진척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테슬라 공장 시찰을 요구했을 정도였다. 야마다는 파나소닉에서 테슬라와의 제휴를 주도한 인물이었다.
그나마 나날이 악화하는 파나소닉과 테슬라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한 게 테슬라 측의 커트 켈티였다. 미국인인 그는 테슬라 입사 전 파나소닉 일본에서 12년간 근무한 일본통이다. 그는 유창한 일본어 실력과 파나소닉 근무 경험을 살려 테슬라가 관료적 조직인 파나소닉과 관계를 잘 구축하게 하는 데 도움을 줬다. 머스크와 파나소닉 경영진이 참석하는 회의에서 양자 간 ‘필터’ 역할을 했다고 한다. 회의 중 이견으로 격한 말이 오갈 때는 통역을 할 때 톤 다운된 표현으로 분위기를 진정시켰다는 것이다.
하지만 2017년 ‘모델3’ 생산이 시작되기 몇 주 전 양사가 납기를 맞추느라 고군분투할 때 파나소닉의 아군 역할을 하던 켈티가 테슬라를 떠났고, 테슬라와 파나소닉 간 완충재 역할을 하던 야마다 역시 정년 퇴직하면서 두 회사의 관계는 더 서먹해졌다.
‘나노 매니저’로 알려진 머스크가 파나소닉을 쪼는 일이 잦아졌다. 효율성 향상을 위한 사소한 변경도 테슬라로부터 서면 승인을 받아야했고, 이 때문에 파나소닉 임원들은 테슬라에 대한 불만이 커졌다고 한다. 파나소닉 주가는 작년 초 이후 50% 가까이 하락했다.
쓰가 파나소닉 사장은 지난달 “기가 팩토리 투자를 후회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할 정도로 파나소닉의 테슬라에 대한 감정은 좋지 않았다.
그럼에도 파나소닉은 테슬라와의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다. 머스크는 양사의 제휴 관계가 깨지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담은 쓰가 사장의 이메일을 WSJ에 보여줬다. 거기에는 “우리가 직면한 비즈니스 환경은 쉽지 않지만, 협력 관계를 보다 강화해야 한다고 강하게 믿고 있다”고 적혀 있었다. 양사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향한 공동 비전에 대한 장기적인 관계와 협력을 강조하는 공동 성명을 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