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미제사건' 중 하나로 알려진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가 확인됐다. '살인의 추억'이라는 영화로 제작되기도 한 화성연쇄살인사건은 대한민국 경찰 강력범죄 수사 역사에 뼈아픈 오욕을 남긴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1986년 9월 15일∼1991년 4월 3일 화성시 태안과 정남, 팔탄, 동탄 등 태안읍사무소 반경 3㎞ 내 4개 읍·면에서 13∼71세 여성 10명을 상대로 벌어진 미스터리 연쇄살인 사건으로 당시 국민을 충격의 도가니로 빠뜨렸다.
특히 그 이전의 강력 살인사건에서는 좀처럼 목격되지 않았던 잔인한 범행 수법과 경찰의 수사망을 비웃듯 화성을 중심으로 반복된 살인패턴으로 경악을 불러일으켰다.
살해수법은 대부분 스타킹이나 양말 등 피해자의 옷가지가 이용됐으며 끈 등을 이용해 목을 졸라 살해하는 교살이 7건, 손 등 신체부위로 목을 눌러 사망에 이르게 하는 액살이 2건이고 이중 신체 주요부위를 훼손한 극악무도한 케이스도 4건이나 됐다.
범인은 버스정류장에서 귀가하는 피해자 집 사이로 연결된 논밭길이나 오솔길 등에 숨어있다가 범행했으며, 흉기를 살해 도구로 쓰지 않았다. 지금은 범행 현장에 대부분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있지만, 당시에는 논밭이어서 야간에는 인적이 드물었던 점을 최대한 활용한 범죄였다.
성폭행 피해를 가까스로 면한 여성과 용의자를 태운 버스운전사 등의 진술로 미뤄 범인은 20대 중반으로 키 165∼170㎝의 호리호리한 체격으로 추정됐다. 또한 4,5,9,10차 사건 용의자의 정액과 혈흔, 모발 등을 통해 확인한 범인의 혈액형은 B형이었다.
전국을 공포에 몰아넣었던 희대의 연쇄살인사건이라 동원된 경찰 연인원이 205만여명으로 단일사건 가운데 최다였고, 수사대상자 2만1천280명, 지문대조 4만116명 등 각종 수사기록은 지금도 깨지지 않고 있다.
경찰은 2006년 4월 2일 마지막 10차 사건의 공소시효가 만료된 후에도 관련 제보를 접수하고 보관된 증거를 분석하는 등 진범을 가리기 위한 수사를 계속해왔다.
그러나 전담팀을 구성하고 DNA 기술 개발이 이뤄질 때마다 증거를 재차 대조하는 노력에도 수사는 수년간 답보상태에 머물렀다.
그러던 18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첫 사건 발생 후 만으로 33년 만에 이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현재 수감 중인 A(50대) 씨를 특정했다.
경찰은 지난 7월 화성 사건 증거물 일부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DNA 분석 의뢰를 한 결과, 수감자 중 1명에게서 채취한 DNA와 일치한다는 통보를 받아 관련 여부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