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조작국’ 꼬리표 단 중국, 환율전쟁 방아쇠 당겼다...11년 만에 ‘포치’ 공식화

입력 2019-08-08 14:42 수정 2019-08-08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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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환율 이어 정부 통제 기준환율도 7위안 돌파…미국증시, 위안화 향방에 흔들리고 있어

(로이터연합뉴스)
(로이터연합뉴스)
‘환율조작국’ 꼬리표를 달게 된 중국이 아예 환율전쟁의 방아쇠를 당겨버렸다. 11년 만에 달러·위안 환율이 7위안을 돌파하는 ‘포치(破七)’를 공식화한 것이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8일(현지시간) 달러·위안 기준환율을 전일의 6.9996위안보다 0.06% 오른(위안화 평가절하) 7.0039위안으로 고시했다. 이는 지난 2008년 4월 21일 이후 11년 만에 위안화 가치를 가장 낮게 잡은 것이라고 미국 CNBC방송은 분석했다.

상하이 역내위안화시장과 홍콩역외위안화시장에서 달러·위안 환율은 지난 5일 포치가 일어나고 나서 계속 7위안이 넘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시장환율에 이어 기준환율마저 포치가 일어난 것은 그 의미가 매우 크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중국은 관리변동환율제를 채택하고 있어서 상하이 시장은 인민은행이 매일 발표하는 기준환율에서 위아래로 2% 범위 안에서만 환율이 움직일 수 있다. 기준환율은 전날 종가와 다른 통화 가격 변동을 참고로 해 산출되지만 중국 정부의 의향이 반영됐다는 것이 거의 정설로 여겨지고 있다.

실제로 시장환율이 7위안을 돌파했던 지난 5일 인민은행은 달러·위안 기준환율을 지난해 12월 이후 처음으로 6.9위안대로 잡아 위안화 약세를 용인하겠다는 것을 암시했다. 이에 발끈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권은 같은 날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다.

이후 인민은행은 이틀 연속 위안화를 평가절하했지만 기준환율은 6.9위안대를 유지해 시장을 다소 안심시켰다. 또 6일 홍콩에서 오는 14일 환율 방어용 채권인 중앙은행증권을 발행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그런 인민은행이 하루아침에 태도를 바꿔 이날 아예 포치를 공식적으로 선언한 것이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진핑 중국 정부가 위안화 약세를 어디까지 용인할지에 대해 픽텍자산운용의 마쓰모토 히로시 상무이사는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중국은 트럼프 정권의 제4탄 관세가 자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완전히 상쇄할 수 있는 1달러=7.3위안을 목표로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제4탄 관세 부과 대상은 금액상으로 약 3000억 달러(약 363조 원)으로, 중국의 대미 수출 전체에서 약 60% 비중에 해당된다”며 “여기에 10% 관세를 부과하면 대미 수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6% 정도다. 이를 상쇄하기 위해 위안화 6% 약세를 용인한다고 하면 이는 7.3위안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인민은행의 이날 기준환율 고시가 트럼프 정부를 격분시킬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는 중국이 환율을 조작해 자국 수출기업에 부당한 이익을 준다는 트럼프의 주장을 더욱 강화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현재 미국증시가 위안화 향방에 이리저리 요동치는 것도 트럼프의 심기를 건드릴 수 있다. 트럼프는 뉴욕증시 랠리를 자신의 최대 치적 중 하나로 홍보해왔는데 중국이 여기에 찬물을 자꾸 끼얹는 셈이기 때문.

실제로 CNBC에 따르면 미국증시는 위안화 가치에 실시간으로 영향을 받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 동부시간 기준으로 전날 오전 9시 44분에 홍콩 역외위안화시장에서 달러화당 위안화 가치가 장중 최저치를 기록한 지 2분 뒤에 뉴욕증시 S&P500지수도 2824.45로 역시 장중 최저치를 찍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최근 상황에 발끈해 관세를 더 올리면 오히려 달러·위안 환율이 7.5위안 선까지 치솟는 등 위안화 약세를 더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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