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촉즉발로 치닫던 미국과 중국이 다시 유화적인 무드로 돌아서면서 세계 시장이 다시 폭풍 전 고요 속으로 빠져들었다. 시장은 양국이 협상의 여지를 남겼지만 갈등이 완전히 해소된 건 아니어서 장기전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뉴욕증시는 6일(현지시간) 미·중 양국의 유화 제스처에 안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우지수가 1.21%, S&P500지수는 1.30%,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가 1.39% 각각 상승하면서 3대 지수가 연중 최대 하락폭을 기록한 전날의 부진에서 벗어났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이날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관세에 유연성을 제공할 수 있는 협상에 열려 있다”며 “9월에 중국 협상 팀이 여기에 오기로 돼 있다. 상황에 따라 관세가 바뀔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트럼프는 그동안 트위터 트윗, 무역 팀과의 대화 등을 통해서 자신이 협상을 계속하고 싶어 한다는 점을 밝혔다”며 “그는 미국에 올바른 거래를 성사시키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중국 정부는 전날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에도 불구하고 상응하는 보복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오히려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위안화 안정을 위해 홍콩에서 오는 14일 환율방어용 채권인 중앙은행증권을 발행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여전히 CNN방송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은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전으로 갈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고 진단했다. 양측의 유화 제스처가 장기전을 염두에 둔 일종의 포석이라는 것이다.
CNN은 골드만삭스 보고서를 인용해 “무역전쟁은 2020년 미국 대선이 끝날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는 “중국과의 무역협상 타결이 내년 재선 전망에 유리할 것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생각한다는 것이 과거 우리의 가정이었으나 이런 견해를 덜 신뢰하게 됐다”고 밝혔다. 바꿔 말하면 트럼프는 재선 가능성을 높이고자 중국과의 공정한 무역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하겠다는 이미지를 심어주려 한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무역협상 타결이 급한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한편 WSJ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트럼프에게 양보할 여력이 없다며 이에 양국의 무역전쟁이 장기전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시 주석은 오는 10월 1일 건국 70주년 기념일을 앞두고 있다. 중국 공산당과 관영언론 사정에 정통한 전문가들은 시 주석을 ‘대국의 강력한 지도자’로 자리매김하려는 것도 이번 행사 주요 목적 중 하나라고 보고 있다. 결국 미국과의 관계 악화를 감수하더라도 시 주석이 양보할 수는 없는 입장인 것이다.
여전히 미·중은 모두 협상의 여지가 있다고 WSJ는 분석했다. 재선을 최우선 순위로 둔 트럼프는 표밭인 중서부 ‘팜 벨트(Farm Belt·농장지대)’의 이익을 위해 중국 측에 농산물 구매 확대를 거듭 요구하고 있다. WSJ는 이 지역 농가와 농장 경영자들의 고통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지면 트럼프가 이를 듣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중국이 트럼프 정권에 바라는 것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테크놀로지를 둘러싼 미국의 규제 완화다. 지난주 협상에서는 서로에 대한 양보가 구체화하지 않았지만 9월 새로운 논의가 예정돼 있다.
중국이 보유한 미국 국채나 희토류에 대한 시장지배력이 무역전쟁의 다음 카드로 쓰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중국이 리스크가 큰 이런 방법을 쓰기보다는 관세가 미국 경제에 타격을 주고 뉴욕증시가 침체돼 트럼프가 결국 양보하는 것을 기다리는 전략을 취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