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블룸버그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외신은 한국 경제와 글로벌 공급망에 막대한 타격을 주는 것은 물론 아시아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약화시키고 북한 비핵화 협상을 타결하는 미국의 입장을 난처하게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하나금융투자 보고서를 인용해 한국이 백색국가에서 제외돼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재료인 실리콘 웨이퍼 등 930여 개 품목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한국 정부 고위 관리는 블룸버그에 “백색국가에서 제외되면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예상을 밑돌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 수출품 중 수입 재료가 포함된 비율은 약 30%로 주요 20개국(G20) 평균인 18%를 크게 웃돌고 있다.
일본 정부는 백색국가 제외 결정이 자국 기업의 합법적인 대한국 수출에는 장기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골드만삭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도 일본 수출규제 강화에 따른 영향이 오래 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블룸버그는 수십 년간 불안한 관계를 이어갔던 한일 양국이 최근 수개월간 갈등이 더욱 고조됐다며 이는 잠재적으로 북한과 중국의 위협에 맞서 협력할 능력을 약화시킬 잠재력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정부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를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협정은 양국이 별도 파기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1년씩 자동 연장된다. 올해 지소미아 종료 통보 시한은 오는 24일이다.
무코야마 히데히코 일본종합연구소 수석 주임연구원은 블룸버그에 “백색국가 제외 이후 (일본의) 구체적 운용이 불분명해 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며 “대립이 장기화하고 만일 한국 측이 지소미아 폐지를 폐지하는 등 안보와 관련된 사태로 발전하면 미국이 어떤 식으로든 개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NYT는 한일 분쟁이 글로벌 시장을 위협하고 있다며 투자자들은 일본의 수출 제한으로 한국에서 세계의 다른 공장으로 흘러 들어가는 중요한 전자부품 흐름이 전복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호소카와 마사히코 전 일본 경제산업성 중부경제국장은 NYT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이 한국 경제나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며 “일본은 단지 한국을 대만, 중국과 같은 위치에 놓는 것일 뿐이며 수출 허가 과정은 수주 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려는 과장됐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NYT는 일본의 수출 승인이 호소카와의 주장대로 빠르게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신문은 익명의 한국 업계 관계자를 인용해 일본 정부가 3개 화학물질에 1차 수출규제를 단행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한국 주요 전자업체들은 아직도 이들 제품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