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성범 서울중앙지검장이 검찰 구성원에게 “검찰을 바라보는 국민의 질책 어린 시선은 여전히 엄중하다”며 “박수를 받고,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함께 손잡고 나아가자”고 당부했다.
배 지검장은 3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2층 누리홀에서 취임식을 열고 “20년 전부터 평검사로, 또 부장검사로 열정을 바쳐 일했던 이곳에서 여러분을 만나게 돼 고향에 온 듯한 반가움과 함께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인사했다.
배 지검장은 “그동안 진행해 온 주요 현안사건의 수사와 공판이 흔들림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모두 최선을 다해 달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권력이 헌법과 법률이 정한 기준을 벗어나 왜곡돼 행사될 경우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생생하게 지켜봤다”며 “검찰에 대한 국민 질타의 상당 부분도 검찰의 역할과 감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고 보거나, 원칙을 제대로 지켰는지 충분한 믿음을 드리지 못한 측면이 크다”고 지적했다.
배 지검장은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권력을 부정하게 행사하거나 우월적 지위를 악용해 부당한 이익을 취하는 반칙적 범죄,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사회적 약자 등 민생을 해하는 범죄에 눈감지 않는 검찰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우리 검찰은 사회공동체의 공공적 가치를 파괴하는 반칙적 범죄에 우리의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 지검장은 '반칙적 범죄'의 대표적 예로 △선거범죄 △공공 영역 부패·비리 △부정과 탈법으로 국가재정에 손실을 초래하거나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범죄 행위 △소비자 신뢰를 악용하거나 국민 생명·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합의된 법적 절차를 도외시하는 범죄 등을 꼽았다.
다만 “중소기업 등 경제 주체들이 대내외적 어려움을 겪고 있으므로 ‘중죄필벌(重罪必罰)’, ‘경죄관용(輕罪寬容)’의 정신을 되새겨 달라”고 짚었다.
아울러 배 지검장은 “형사법의 절차적, 실체적 정의가 우리 업무에 어떻게 구체적으로 구현돼야 할 것인지 함께 고민하고 실천할 것을 제안한다”며 “우리들의 자세를 보다 겸허하게 하고, 항상 따스한 소통과 배려의 마음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배 지검장은 근무했던 상주지청 뜰의 표지석에 새겨진 ‘청어무성(聽於無聲)’ 글귀를 언급하며 “원래는 효행을 강조한 말이지만, 저는 ‘국민들의 소리 없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라’는 뜻에서 세워진 것으로 이해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민들이 피해를 적극 호소하거나 공정한 법 집행을 요구할 때 그에 대한 응답이 지연돼서는 안 될 것”이라며 “우리의 시선을 낮춰 국민과 사건관계인의 이야기를 듣고 이를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살펴 정의가 지체되지 않도록 하자”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