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과 뉴욕타임스(NYT)는 23일(현지시간) 시장을 지배하는 미국 기술기업들이 비합법적으로 경쟁을 저해했는지 법무부가 광범위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법무부는 이날 성명에서 “인터넷 거인들이 어떻게 시장 지배력을 구축했으며 그들이 경쟁을 줄이는 방향으로 행동했는지 등에 대해 반독점 조사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의회와 연방거래위원회(FTC)도 비슷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법무부가 조사 대상이 어디인지 특정 기업을 지칭하지는 않았지만 검색과 소셜미디어, 일부 소매 서비스에 대한 우려에 대해 살펴볼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NYT는 구글과 페이스북, 아마존닷컴 등을 겨냥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법무부 반독점국장인 마칸 델라힘은 “시장에 기반을 둔 경쟁에 대한 의미 있는 규율이 세워지지 않는다면 디지털 플랫폼이 소비자의 요구에 부응하지 않는 형태로 행동할 가능성이 있다”며 “법무부의 반독점 조사는 이런 중요한 이슈들을 다루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WSJ는 이번 새로운 반독점 조사로 윌리엄 바 법무장관이 하이테크 산업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부각됐다며 실리콘밸리 대기업들이 이미 규제당국으로부터 상당한 압력을 받고 있지만 이것이 더욱 강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앞서 WSJ는 지난달 반독점 조사 권한이 있는 두 정부기관인 법무부와 FTC가 애플과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 이른바 ‘GAFA’로 불리는 4개사에 대해 반독점 조사를 분담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해 이들 기업은 물론 투자자의 동요를 불러일으켰다. 지금에 와서 법무부의 새로운 조사가 더해지면서 일부 기업은 법무부와 FTC 모두로부터 반독점법 위반으로 제소될 리스크가 커졌다고 WSJ는 설명했다.
법무부는 이미 조사에 뛰어든 것으로 보인다. 사정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법무부 관계자들이 최근 비공식 회의를 열어 페이스북에 비판적인 학계 인사들로부터 이 회사를 둘러싼 우려, 그리고 페이스북 분사를 지지하는지 등 의견을 물었다”고 밝혔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법무부가 구글과 애플을, FTC가 페이스북과 아마존을 각각 담당하기로 업무 분담 합의가 이뤄졌다고 믿어왔다. 이에 대해 법무부 관계자들은 양 당국 간의 합의가 제약이 없거나 모두를 아우르는 성격은 아니라면서도 어느 경우에도 법무부의 이번 조사가 FTC의 작업을 대체하려는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두 기관 고위 관리들과 현장 직원 모두 정기적으로 연락을 취하면서 서로 협력해 조사에 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미국 정부는 과도한 개입이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인식으로 IT 대기업에 대한 조사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으나 지난해 페이스북 개인정보 유출 파문 등을 계기로 데이터를 독과점하는 이들 기업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하원도 지난 16일 GAFA 4개사를 상대로 반독점법 위반 가능성을 조사하기 위한 공청회를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