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간 통상 구조를 보면 소재·부품 경쟁력 저하는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1964년 두 나라가 수교했을 때부터 소재·부품은 대일(對日) 적자의 핵심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5년간 소재·부품 분야에서 본 대일(對日) 적자만 90조 원에 육박한다.
변화의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정부마다 여러 대책을 세워 고부가가치 소재·부품을 국산화하겠다고 나섰다. ‘소재·부품 발전 기본 계획’만 4차례나 나왔다. 그때마다 1조~2조 원이 투입됐지만 핵심 제품은 보다시피 일본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공급 기업엔 핵심 소재·부품을 개발할 원천기술과 자금이 부족했고, 수요 기업엔 국산화를 기다릴 인내심이 없었던 탓이다. 정부도 자금 지원 이상으로 적극적인 역할을 하길 주저했다.
이번에도 정부는 일본의 수출 규제를 넘을 카드로 소재·부품 국산화를 꺼내들었다. 소재·부품·장비 기술 개발에 해마다 1조 원을 투입하겠다고 한다. 대규모 투자도 필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기업의 참여다. 정부가 기업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소재·부품 국산화는 이번에도 ‘밑 빠진 독에 물붓기’로 끝난다. 규제 개혁부터 세제 혜택, 테스트 베드 마련까지, 기업을 끌어들이기 위한 건 다 해봐야 한다.
일본 정부가 한국 수출을 통제할 가능성이 있는 제품을 우리 정부가 꼽은 것만 100가지라고 한다. 세 품목처럼 대부분 소재·부품으로 알려졌다. 이번이 아니더라도 언제든 일본이 압박 카드로 쓸 수 있다는 뜻이다. 달라지지 않으면 또 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