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 스타벅스 매장에서는 플라스틱 빨대를 이용할 수 없다. 일회용 플라스틱 컵과 빨대가 ‘공공의 적’이 된 후, 세계 최대 커피 프랜차이즈 스타벅스가 플라스틱 빨대 ‘아웃’을 선언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2018년 말부터 한국의 약 1200개 스타벅스 매장은 초록색 플라스틱 빨대를 버리고 하얀색의 종이 빨대를 도입했다. 스타벅스는 2020년까지 전 세계 매장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없애겠다는 입장이다.
종이 빨대 사용으로 친환경지수는 올라갔을지 모르나 이를 사용하는 고객들의 만족지수는 어떨까.
하얀 종이 빨대의 만족도는 사용할수록 떨어지는 반비례 곡선을 그린다. 종이가 음료에 녹아들기 때문이다. 이를 피하기 위해 처음 몇 번 휘젓고 버리거나 여러 개를 교체해 써야 한다.
이런 불만은 지구 반대편에서도 폭주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세계 최대 패스트푸드 체인 맥도날드를 상대로 ‘플라스틱 빨대를 돌려달라’는 내용의 국민청원까지 나왔다.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4월 기준 40만 명이 서명한 상태다. 맥도날드는 올해 들어 친환경 운동에 동참하겠다며 영국과 아일랜드의 약 1300개 매장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종이 빨대로 교체했다. 2025년까지 전 세계 모든 매장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종이로 교체할 계획이다.
그러나 불과 몇 개월 만에 퇴출시킨 플라스틱을 되돌리라는 청원이 등장했다. 마틴 리드 국민청원 게시자는 “종이 빨대가 음료에 녹는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이밖에도 소셜미디어에는 종이 빨대의 불편함을 토로하는 글들이 줄줄이 올라오고 있다. 한 고객은 트위터에 글을 올려 “콜라를 마실 때는 빨대 없이 마시면 그만이지만 밀크쉐이크를 마실 때는 정말 못 참겠다”며 “결국 집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가져왔다”고 언성을 높였다. 또 다른 고객은 “종이 빨대가 끔직하다”며 “두루마리 화장지를 다 쓰고 남은 원통 모양의 기둥으로 밀크쉐이크를 마시는 기분”이라고 혹평했다.
이런 불만이 쇄도하면서 황당한 일도 벌어졌다. 맥도날드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달라는 고객과 못 준다는 점원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져 결국 몸싸움이 일기도 했다. 또 전자상거래업체 이베이 웹사이트에는 맥도날드의 고유 빨대를 1000달러(약 117만 원) 이상에 판매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실제 37개 묶음의 맥도날드 빨대가 673달러에 거래되기도 했다.
맥도날드 대변인은 “종이 빨대가 음료를 마시기 시작한 후 최소 30분은 유지 되도록 만들어진 것”이라며 소비자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맥도날드에 종이 빨대를 공급하는 한 업체는 “현재 광범위하게 제품을 연구하고 있다”며 “기술이 발전하면 더 나은 제품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썩지 않는 플라스틱과 녹는 종이, 지구와 인간을 모두 만족시키는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