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농비에 보태라고 주는 바우처로 호미나 호스도 못 사는 게 말이 됩니까?” 강원도에서 약용 작물 농사를 짓는 청년 창업농 A 씨는 얼마 전 황당한 일을 당했다.
청년 창업농을 지원하기 위해 농림축산식품부가 지원한 바우처로 영농 자재를 사기 위해 철물점에 들렸지만, 사용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농식품부는 청년농 육성을 위해 지난해부터 청년 창업농 3000여 명을 선정하고, 영농비와 생활비로 월(月) 최대 100만 원의 바우처를 지원하고 있다.
최근 청년 창업농 사이에선 A 씨와 같은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농식품부가 바우처 사용 통제를 강화하면서 바우처를 사용할 수 있는 곳이 크게 줄어서다.
같은 영농 자재를 파는 곳이라도 농식품부가 인정하는 신용카드 가맹점 코드를 사용하는 점포에서만 바우처를 쓸 수 있다. 청년 창업농들은 ‘농사일도 바쁜데 가게가 어떤 코드로 등록했는지 미리 알아보고 물건을 사라는 말이냐’며 분통을 터뜨린다.
바우처 사용이 엄격해진 것은 지난해 일부 청년 창업농이 사치품 등을 구매하는 데 바우처를 쓴 게 드러났기 때문이다.관리 소홀 문제가 제기되자
농식품부는 바우처 관리 방식을 ‘네거티브(금지한 항목을 제외하고 모두 허용하는 규제)’에서 ‘포지티브(허용한 품목을 제외하고 모두 금지하는 규제)’ 방식으로 바꿨다.
최근 정부가 규제 개혁 차원에서 포지티브 규제를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하는 것과는 반대 흐름이다.
청년 창업농들은 바우처 사용 금지 항목을 조금 더 엄격하고 촘촘하게 관리하면 네거티브 방식으로도 바우처 부정 사용을 막을 수 있는데도 농식품부가 보신주의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전북에서 고구마 농사를 짓는 청년 창업농 B 씨는 “영세한 청년 창업농은 1만~2만 원에 휘청이는 사람이 대부분”이라며 일부의 문제로 모두를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고 바우처 사용 자체를 옥죄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농식품부 측은 “청년 창업농들과 현장 간담회를 열어 바우처 등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