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연합(EU)의 갈등이 심상치 않다. 미국이 유럽산 제품에 대해 관세 부과를 경고하자 EU가 반발하고 나서는 등 무역 갈등이 격해지고 있다고 CNBC 방송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은 이날 110억 달러(약 12조5000억 원)의 유럽 제품에 대한 보복 관세를 경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트위터에 글을 올려 “세계무역기구(WTO)는 EU의 에어버스에 대한 보조금이 미국에 불리하게 영향을 끼쳤다고 판정했다”며 “미국은 110억 달러의 EU 제품에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은 즉각 반발했다. 에어버스 대변인은 “미국의 제재는 법적 근거가 없다. EU는 WTO의 판결을 준수했다”며 “미국이 부과한 조치는 지나치다. WTO가 지명한 중재자에 의해 관세 부과 수준이 결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에어버스 주가는 2.3% 하락했다.
트럼프의 트위터 경고 전날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관세 부과 목록을 발표했다. 이 목록에는 항공기, 헬리콥터, 항공기 부품과 같은 내구재뿐만 아니라 와인, 치즈와 같은 농축산물, 연어, 문어, 게와 같은 식품까지 망라됐다. 이어 EU의 보조금 지급으로 인한 피해액이 연간 110억 달러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정확한 피해 수치는 WTO가 지명한 중재자에 의해 올 여름 확실하게 발표될 예정이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는 “관련 소송이 14년간 지속돼 왔다. 이제는 행동에 나설 때”라며 “WTO가 정확한 피해 규모를 산정하는 즉시 조치에 나설 준비가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과 EU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CNBC는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미국의 잣대가 이중적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역시 자사 항공업체에 대한 보조금 지급으로 WTO 협정 위반 판결을 받았기 때문이다. 2012년 WTO는 보잉이 수십 억 달러에 달하는 불법 보조금을 지급받아 에어버스에 불리한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이 판결로 EU는 보잉에 어떤 ‘보복 권리’를 적용할 수 있을지 WTO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또 WTO는 지난 3월 미국이 보잉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라는 WTO의 권고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판결했다.
UBS글로벌웰스매니지먼트의 폴 도노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가 WTO의 판결을 너무 쉽게 받아들였다”며 “미국이 보잉에 불공정한 보조금을 지급했다는 WTO의 판결도 받아들일지 지켜볼 일”이라고 꼬집었다.
그럼에도 상황은 악화하는 모양새다. 유럽위원회 대변인은 “EU가 사용할 수 있는 보복권리에 대한 WTO 판결이 곧 나온다”며 “어떤 종류의 보복 조치도 가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