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미·중 무역협상의 일환으로 향후 6년간 1조2000억 달러(약 1363조8000억 원) 상당의 미국 상품을 수입하기로 한 상태다. 중국의 미국 상품 구매 리스트에는 농산물·화학제품·원유 그리고 다수의 보잉737 항공기가 포함되어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7일(현지시간) 전했다. FT는 “보잉737이 안전 문제에 직면한 만큼 중국 측에서 구매 리스트 수정 제안을 할 가능성이 크다”며 “미국이 이를 거절할 경우 합의를 도출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 연계 싱크탱크인 ‘중국세계화센터(CCG)’의 허웨이원 선임연구원은 FT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절대 보잉737을 구매해서는 안 된다”라며 “이는 협상의 문제가 아니라 안전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안전 검증이 된 보잉의 기타 기종은 구매할 수 있지만 보잉737 기종에 엄격한 품질 검증이 선행되지 않는 한 중국은 이 거래를 거절할 것이다”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번 에티오피아 추락 사고는 미·중 무역 협상이 가져올 경제적 혜택을 기대하던 보잉에도 악재가 되었다고 FT는 전했다. 추락 사고가 발생하기 불과 며칠 전 보잉 최고경영자(CEO) 데니스 뮬렌버그는 “우리 항공기가 무역 협상의 큰 부분을 차지해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적자 격차를 좁히는 데 경제적 기여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보니 글레이저 수석 연구위원은 FT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보잉737이 빠른 시일 내에 안전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중국의 미국 상품 구매 리스트는 변경될 가능성이 크다”며 “중국이 이러한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거래를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다. 보잉에 엄청난 피해가 예상된다”고 판단했다.
FT는 현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이 4월로 연기된 만큼 보잉에 품질 검증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고 전했다. 다만 에티오피아 당국이 보잉737의 블랙박스를 분석한 결과 이번 추락 사고와 지난해 10월 인도네시아 라이언 항공의 추락 사고는 “명백히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두 사건의 원인 모두 보잉 737의 품질 문제로 굳혀진 만큼 무역 협상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FT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