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차이나 쇼크’에 글로벌 명품 업계도 긴장

▲명품 브랜드 중국 점유율 현황. 출처:CNN

고가 전략을 고수해온 애플이 중국의 경기 둔화 여파에 실망스러운 실적 전망을 내놓으면서 후폭풍이 명품 업계로까지 번지고 있다. 명품과 IT는 별개의 업종으로 분류되지만 중국 소비자들이 애플의 고가폰을 꺼린다는 점에서 상황이 다르지 않다고 보는 것이다.

CNN에 따르면 지난 3일(현지시간) 펜디와 루이뷔통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LVMH의 주가는 3% 하락했다. 영국 브랜드 버버리 주가는 5.8% 급락했고, 구찌 브랜드를 가진 케링은 4% 빠졌다. 스위스 시계 전문 업체 스와치는 3% 떨어졌다.

중국의 럭셔리 제품 소비는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2018년 상반기까지 강세를 유지했다. 그러나 명품 업계는 연말 판매 실적을 아직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에 투자자들은 업계가 예상 외 부진한 실적 때문에 발표를 꺼리고 있다고 보고 있다.

CNN은 중국 소비자들이 고가의 아이폰을 사지 않는다면 고가의 명품 구매도 꺼릴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실제로 그 전조가 나타나고 있다. 스위스시계산업협회는 작년 11월 중국에서 판매된 시계 수가 급감했다고 밝혔다. 스위스경제연구소는 지난 3일 스위스 시계업계가 향후 3개월 주문 예상치를 크게 줄였다고 발표했다.

중국 시장의 침체는 최근 수년 간 중국 시장에 의존해온 유럽 명품 업계에는 큰 타격이라고 CNN은 전했다. 컨설팅업체 베인과 이탈리아 명품 연맹 알타감마에 따르면 중국 소비자는 세계 명품 판매량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금액으로는 연간 70억 달러 이상에 달한다. 베인은 중국 소비가 2025년까지 모든 명품 지출의 절반을 차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투자은행 제프리스의 플래비오 세레다 애널리스트는 “중국이 중요하기 때문에 명품 시장에 변동성이 생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글로벌 명품 업계는 이미 중국 시장에서 고배를 마신 바 있다. 중국 정부가 2012년부터 부정·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중국인들은 명품 구매 시 당국의 눈치를 봐왔다.

이런 상황에서 업계는 중국의 경제 성장 둔화까지 걱정하는 처지가 됐다. 수십 년간 고속 성장을 해온 중국 경제는 둔화 조짐이 선명하다. 2018년 성장률은 199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으며, 올해는 더욱 악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미국과의 지속적인 무역전쟁이 우려된다. UBS의 헬렌 브랜드 애널리스트는 “지속적인 미중 간 무역 긴장 때문에 소비자신뢰지수는 점점 하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UBS는 중국의 고가품 소비지출이 작년 하반기에 약 10% 증가했을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수치 상으로는 낮은 것이 아니지만 상반기 16% 증가에서 크게 둔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