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들이 새해 벽두부터 잇따라 실적 경고음을 울리면서 뉴욕증시에 짙은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세계 최대 시가총액 기업인 애플과 전기차 산업을 선도하며 각광받아온 테슬라가 이날 잇따라 시장에 불길한 신호를 보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지난달 마감한 2019 회계연도 1분기 매출이 작년 11월 예상치보다 5~10% 낮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테슬라의 작년 4분기 전기차 판매대수는 9만7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세 배 이상 급증하면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지만 전문가 예상인 9만2000대에는 못 미쳤다.
특히 테슬라를 메이저 자동차 기업으로 발돋움시킬 보급형 차종 ‘모델3’ 판매가 6만3150대로, 시장 기대치인 6만5300대를 밑돌면서 시장의 불안을 증폭시켰다.
전문가들은 차량 1대당 최대 7500달러(약 845만 원)에 달하는 미국 정부의 친환경 자동차 세제 혜택이 새해부터 3750달러로 반 토막 나는 상황에서 연말 테슬라 판매량이 더욱 크게 늘었어야 했는데 오히려 시장 예상을 밑돌았다는 것은 비상 신호라고 지적했다.
테슬라는 감세 충격을 완화하고자 이날 미국시장에서 모델3와 고급 세단 모델S,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X 등 전 차종 판매가를 일괄적으로 2000달러 인하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조치는 테슬라의 수익성이 악화할 것이라는 불안을 불러일으켰다.
다우와 S&P500, 나스닥 등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새해 첫 거래일인 이날 글로벌 경기둔화 불안 속에서도 가까스로 소폭 상승으로 마감하는 등 선방했다.
그러나 뉴욕증시는 대장주인 애플이 장 마감 후 매출 전망 하향 조정 사실을 공개하고 나서 시간외 거래에서 주가가 약 8% 급락해 앞날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테슬라 주가는 이날 약 7% 급락했다.
경제지표 부진으로 글로벌 경기둔화 불안이 커지고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 불확실성은 여전하며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중지)이 지속되는 등 온갖 악재가 산적한 상황에서 유일한 희망이었던 미국 기업들의 실적마저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미국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지난달 애널리스트들은 S&P500기업의 올해 순이익이 2018년 대비 7.8%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작년 9월 전망치인 10.1% 증가에서 낮아진 것이며 지난해 순익 증가율 22%에서 크게 둔화한 것이다. 또 애널리스트들은 지난달 S&P500기업 절반 이상의 순익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이런 대규모 하향 조정은 2년 만에 처음이라고 팩트셋은 지적했다.
다우지수는 지난해 5.6%, S&P500지수는 6.2% 각각 하락하는 등 뉴욕증시는 10년 만에 최악의 성적표를 보였다. 그러나 연초부터 실적 경고등이 켜지면서 올해 증시는 더욱 순탄치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