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무부가 중국 정부의 사주를 받은 해커 2명을 기소했다고 20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들은 중국 정부의 지시에 따라 미국과 일본 등의 기업을 해킹해 최첨단 기술 등의 지적재산권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이번 조치는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 중국이 내년 1월 ‘90일 휴전’ 이후 본격적인 협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고조되는 가운데 나와 주목된다. 화웨이 멍완저우 부회장의 체포 사건과 맞물려 양국간 해빙 무드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에 기소된 해커들은 ‘APT10’이라는 해커집단의 일원으로 알려졌다. APT10은 2006년부터 올해까지 미국 일본 캐나다 프랑스 독일 등 세계 각국의 기업과 정부 기관을 노린 사이버 공격을 단행했다고 미 연방수사국(FBI)은 밝혔다.
법무부에 따르면 해커들은 중국 정보기관인 국가안전부와 연계해 톈진에 있는 과학기술 관련 기업을 위해 최첨단 기술 등의 영업 비밀을 빼낸 것으로 확인됐다. APT10이 훔친 데이터는 수백 기가 바이트로 피해를 입은 기업은 항공 우주 및 에너지, 생명공학, 제조업 등 다양하다. 심지어 미 해군과 항공우주국(NASA) 등도 포함됐다.
기자 회견을 한 로드 로젠스타인 법무부 장관은 “중국 정부는 3년 전 해킹으로 영업 비밀을 훔치지 않겠다고 약속했는데, 그 약속을 지킬 생각이 없는 것 같다”고 비난했다. 로젠스타인 장관은 더 나아가 중국 정부가 산업 정책 ‘중국 제조 2025’에서 중시하고 있는 10개 산업 분야에서 미국 등의 기업 비밀이 도용되는 피해가 심하다고 지적하고, 단속을 한층 더 강화할 뜻을 나타냈다.
미국 법무부는 중국이 첨단 기술 패권을 목표로 산업 스파이 및 사이버 공격을 늘리고 있다고 보고 지난달 해당 대응팀을 출범시켰다.
FBI 출신으로 현재 미국 정보보안회사 ‘카본 블랙’에 근무하는 보안 전문가 에릭 오닐은 “최근 3개월간 미국에 가해진 해킹의 약 70%가 중국발”이라며 “중국이 공격을 늘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 배경으로 “무역 마찰로 미중 갈등이 심화하는 가운데 미국을 견제할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