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CNN에 따르면 폴 라이언 미 하원 의장을 비롯한 공화당 일부 의원들은 이날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90여 분간 회동했다.
라이언 의장은 회동 후 기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밤 상원이 통과시킨 단기지출 법안에 서명하지 않을 것”이라며 “국경 안보에 관한 조항이 없는 한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 계속되는 결의안에 서명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언 의장은 공화당 의원으로서 마지막 조찬 회의에 참석하던 중 트럼프 대통령의 긴급 호출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미 상원은 19일 연방정부 내 15개 부처 중 9곳과 산하기관들에 내년 2월 8일까지 지금과 같은 수준의 예산을 지원하는 내용의 단기지출 법안을 마련, 구두 투표를 통해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21일 마감 기한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의회가 예산안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연방정부가 셧다운 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다.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은 2019회계연도(2018년 10월 1일~2019년 9월 30일) 예산안에 국경장벽 예산 50억 달러(약 5조6300억 원)의 책정 여부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셧다운을 불사하더라도 장벽 예산을 포함하겠다고 경고했다.
의회가 낸 긴급 지출 법안에 국경 예산에 관한 내용이 빠지면서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서명을 거부했다. 라이언 의원은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응해 50억 달러 규모의 장벽 예산이 포함된 법안을 마련해 투표에 나설 것인지 등 구체적인 차후 조치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라이언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어떤 식으로든 장벽 건설을 위한 지출 합의를 원한다”며 다시 의회로 돌아가 장벽 예산을 추가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가 업무 정지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법안에 서명할지를 직접 밝히지는 않은 상태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지금 시점에서 대통령은 국경 경비 없이 더는 나아가고 싶지 않다는 입장”이라면서도 “대통령은 자신의 선택을 저울질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은 국경 장벽 예산 책정을 거듭 촉구했다. 이날 그는 트위터에 “내가 마지못해 옴니버스 예산안에 서명했을 때, 나는 지도자로서 장벽과 국경 안보를 약속받았다”며 “연말까지 반영될 것이라고 했지만 그건 이뤄지지 않았다! 우리는 어리석게도 사랑하는 미국을 위해서가 아닌 다른 국가의 국경 안보를 위해 싸운다”고 말했다.
또 뒤이어 올린 트윗에서 “민주당, 지금은 정치보다 함께 모여 미국인의 안전을 우선할 때”라며 “국경 보안이 최우선 순위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1월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과 장벽 설치를 두고 갈등을 겪으며 셧다운을 초래하기도 했다. 3월 또다시 셧다운 위기가 닥쳤을 때 트럼프 대통령은 애초 요구했던 장벽 건설 예산에 훨씬 못 미치는 16억 달러를 책정받고 셧다운을 피하고자 옴니버스 예산안에 서명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다시는 이러한 예산안에 서명하지 않겠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법안을 결국 거부하면 미 연방정부는 22일 0시 이후 일부 폐쇄된다. CNN은 셧다운이 발동되면 80만 명 이상의 연방정부 근로자들이 무급으로 일하고 크리스마스 연휴를 전후로 정부 운영이 마비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