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사진> 한국은행 총재는 18일 서울 태평로 한은 본부에서 열린 출입기자들과의 송년만찬 간담회에서 “올해는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를 넘는 최초의 해가 되겠지만 한편으로는 고령사회로의 진입이 확정된 해다. 어떻게 경제활력을 유지해야 하는가 하는 과제를 안겨준 한 해”라며 사실상 개인, 근로자, 기업, 정부 등 경제주체들 간의 대타협을 주문했다.
그는 “세계 도처에서는 4차 산업혁명의 진전과 함께 미래 경제를 선도할 첨단기술산업 육성을 위한 혁신과 경쟁이 기업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국가차원에서도 숨 막힐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면서도 “바깥 세상에 비해 우리 내부 변화는 더디기만 하다. 새로운 선도산업 육성 필요성에 대해서는 다 같이 공감하면서도 이를 위한 규제완화와 투자확대는 당사자들의 이해상충, 기존 사고방식과 관행 등에 가로막혀 그 성과가 미진하다. 그러는 사이 저출산·고령화나 부문간 불균형 같은 구조적 문제가 점점 성장잠재력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쉽지 않은 문제지만 극복해야 할 과제라는 점도 강조했다. 이 총재는 “카카오택시나 프랑스 같은 선진국에서 조차 나라 전체 경제를 위한 합리적 결정을 내려도 국민들에게 수용되기는 대단히 어렵다. 그럼에도 한걸음씩 차근차근히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며 “반도체 경기가 급락하고 또 일부 어려움을 겪는 업종에서 치고 나가지 못하면 우리가 어떻게 될까 하는 그런 생각에서 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년 경제가 크게 나쁘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내년 경제 전망을 2.6%에서 2.7%로 예상해 사실상 10월 한은이 내놓은 전망치(2.7%)보다 낮춰 잡은 바 있다.
이 총재는 경제 진로에 영향을 미칠 대외리스크로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와 미중 무역분쟁 전개과정을 꼽으면서 “성장경로에 여러 리스크가 잠재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내년도 거시경제 흐름이 올해에 비해 크게 악화되지는 않을 것이다. 10월 전망에서 아직 크게 바뀐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 경제가 꺾이면서 글로벌 경기가 둔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면서도 “한편으로 정부의 정책적 의지도 워낙 강하다.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통해 투자활력을 높이기 위한 여러 대책들을 내놓고 있다. 이것은 국내수요를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11월 금리인상은 금융불균형 확대에 따른 결정이었음을 밝혔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가 낮은 수준에서 계속 유지될 경우 금융불균형 확대로 우리경제의 취약성이 한층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결정이었다”며 “우리 경제가 이번 금리인상의 영향을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는 판단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