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재자 역할 커진 文 대통령 대북 특사 파견, 설득할 가능성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트럼프 대통령은 귀국하는 길에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을 만나 “김 위원장과의 2차 정상회담이 1월이나 2월에 열릴 것 같다”며 “세 군데 장소를 검토 중이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2일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정 시점에 김 위원장을 미국에 초청할 것”이라고 밝혀 2차 북미 회담 장소는 미국이 아닌 제3국 개최 가능성이 커졌다. 그동안 회담 장소로 미국이 선호하는 스위스 제네바, 스웨덴 스톡홀름, 오스트리아 빈 등이 거론돼왔다. 북한 평양 개최 가능성도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이 커 결단을 내리지 않는 한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차 북미 정상회담 일정과 관련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1일(현지시간) CNN방송 인터뷰에서 “내년 1월 1일 이후 얼마 안 돼(shortly)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곧(pretty soon)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을 종합할 때 트럼프 대통령의 내년 1~2월 개최 발언은 북한에 좀 더 진전된 비핵화 조치를 내놓을 것을 압박하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구체적 일정을 거론한 만큼 현재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미국의 상응 조치가 어느 정도 조율이 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요한 계기는 한미 정상회담이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은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이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공동의 노력에 추가적인 모멘텀을 제공할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으로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표명한 만큼 김 위원장의 결단에 따라 연내 서울 답방 가능성이 열리게 됐다. 북미 정상회담 전에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이뤄진다면 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은 그만큼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대북 특사를 파견해 김 위원장을 설득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 정부는 김 위원장 방남에 대비해 서울 시내 특급호텔 2~3곳을 정해 준비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번 정상회담에서 연내 종전선언과 북한 제재 일부 완화를 이끌어내지 못한 게 걸럼돌이다. 곧 있을 북미 고위급회담에서 미 측의 종전선언이나 일부 제재 완화 같은 상응 조치가 나오지 않는다면 김 위원장의 연내 방남이 무산될 수도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지금까지 김 위원장을 1년 남짓 지켜봤는데 그 언행을 보면 자기가 얘기한 것은 꼭 약속을 지켰다. 시기적으로 조금 늦어질 수는 있어도 지금까지 자기가 말한 것을 안 지킨 것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