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블랙프라이데이(추수감사절 다음 날인 금요일)를 통상적으로 연말 쇼핑시즌 시작으로 봤으나 최근에는 메이시스와 월마트 등 대형 소매 체인을 중심으로 추수감사절 밤부터 세일 행사가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또 인터넷 업체들도 대규모 세일 이벤트인 ‘사이버먼데이(추수감사절 다음 주 월요일)’를 기다리지 않고 할인을 시작한다. 이에 온·오프라인 소매업체들이 추수감사절부터 격돌했으나 결과는 극명하게 달라졌다.
미국 리서치 업체 리테일넥스트에 따르면 올해 추수감사절(22일)과 블랙프라이데이(23일) 이틀간 오프라인 매장 매출은 전년보다 4~7% 줄어들었다. 실제 매장을 방문한 손님 수도 전년에 비해 5~9% 감소했다고 리테일넥스트는 분석했다. 다른 시장조사업체 쇼퍼트랙 데이터에서는 손님이 1%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연말 판매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추수감사절 당일 밤 뉴욕 교외 스탠튼아일랜드의 쇼핑몰은 한산해 쇼핑 열기와는 거리가 먼 광경이 연출됐다. 지난달 파산해 비즈니스를 이어나갈지 불확실한 시어스홀딩스 백화점은 오후 6시에 문을 열었으나 개점을 기다리는 사람은 10명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인근의 한 주민은 “몇 년 전만 해도 세일이 시작되기 2시간 전부터 가족과 함께 가게 앞에서 기다렸다”고 말했다.
뉴욕 중심부에 있는 메이시스의 플래그십 스토어는 22일 오후 5시 개점에 맞춰 많은 사람이 방문했지만 대부분 각국에서 온 관광객이었다.
반면 인터넷 쇼핑몰 시장은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어도비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인터넷 쇼핑몰 매출은 22일에는 전년보다 28% 증가한 37억 달러, 그다음 날 블랙프라이데이는 24% 늘어난 62억 달러를 각각 기록했다. 많은 쇼핑몰에서 할인율이 최고조에 달하는 전날 사이버먼데이 매출은 20% 증가한 79억 달러(약 8조9278억 원)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미국 인터넷 쇼핑 시장점유율이 절반에 달하는 아마존은 “올해 사이버먼데이는 전 세계 판매 건수 기준으로 우리 24년 역사상 최고의 ‘쇼핑 데이’였다”며 “이날까지 닷새간 1억8000만 개 이상의 제품 주문이 이뤄졌다”고 자축했다.
전미소매업협회(NRF) 등에 따르면 올 연말 소매업체 매출은 전년보다 5% 늘어날 전망이나 실제 성수기 초반 데이터를 살펴보면 혜택 대부분이 인터넷 쇼핑몰에 집중돼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인터넷 쇼핑 중에서도 스마트폰을 통한 제품 구매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전날 인터넷 매출 중 약 30%가 스마트폰 주문으로 이뤄졌다. 어도비는 모바일 기기를 통한 매출이 전년보다 55.6% 급증했다고 추산했다.
스마트폰 등 모바일 쇼핑으로 소매업체는 어느 때보다 출혈 경쟁을 강요당하고 있다. 이를 버티지 못하는 전통적인 소매업은 도태돼, 올해에만 5000개 이상의 오프라인 매장이 문을 닫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