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가 임박한 영국발 혼란이 글로벌 증시를 강타할 마지막 대형 악재가 될 것이라는 불안이 커지고 있다.
영국은 2016년 치러진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 유권자 절반 이상인 51.9%가 ‘탈퇴’에 찬성, 2017년 3월 29일 리스본 조약 50조에 의거해 EU에 탈퇴 의사를 공식 통보했다. 영국은 그 이후부터 EU와 관련 협상을 진행해왔는데, 만약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통보일로부터 2년 후에는 자동 탈퇴하게 된다. 그 시한이 내년 3월 29일이다. 5개월도 남지 않았다.
그러나 현재 영국 내에서는 영국의 브렉시트 협정 합의문 초안을 놓고 혼란이 증폭되고 있다. 초안에 반발한 도미니크 랍 브렉시트부 장관 등 일부 각료가 사임했고, 집권 보수당 내에서도 테리사 메이 총리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국민들 사이에서는 브렉시트를 후회한다는 의미의 ‘리그렉시트(Regrexit)’ 분위기가 퍼지면서 EU 탈퇴 여부를 재투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CNN은 이러한 상황들로 미루어볼 때 영국이 ‘어수선하게’ EU를 떠나게 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세계 5위 경제국인 영국 경제를 침체로 몰아넣을 수도 있다고 18일(현지시간) 우려했다.
문제는 그‘타이밍’이다. 영국과 EU의 불안한 결별이 하필 세계 경제가 위태로운 시기에 이루어진다는 점에서다. CNN에 따르면 세계 3, 4위 경제국인 일본과 독일 경제는 이미 위축세를 보이고 있고, G2인 중국은 경기 둔화가 두드러지고 있다. 선진 4개국 중 3개국 경제가 이처럼 고꾸라지면서 잘 나가던 미국 경제도 내년에는 그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본과 독일 경제가 4분기에는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음에도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 경제 성장률이 올해 2.9%에서 내년은 2.5%로 둔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불길한 조짐은 증시에 이미 반영되고 있다. 영국 의회가 브렉시트 합의문 초안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증시에서는 금융주들이 급락했다.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는 지난주 미국 증시에서 14%를 잃었고, 바클레이스는 8%나 빠졌다.
월가가 우려하는 건 바로 이런 것이다. 컴버랜드 어드바이저스의 빌 위서렐 수석 글로벌 이코노미스트는 “영국 의회의 거부가 노 딜(no-deal) 브렉시트 우려를 높였을 것”이라며 “이는 시장에 매우 부정적인 신호”라고 지적했다. 미국 증시 주요 지수인 S&P500지수는 9월 21일 직전 최고치에서 7% 이상 빠졌다. 글로벌 경기 둔화 신호가 강해지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 미국 중앙은행의 금리인상 충격, 유가 급락, 기업 실적 악화 등이 투자 심리를 짓누른 탓이다. 이 불똥이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같은 대형 우량주들로 옮겨 붙으면서 전반적인 지수 하락을 부추겼다.
또 한 가지우려는 미국 달러가 계속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달러 가치는 올 들어 약 5% 상승했다. 달러화 가치가 오르면 해외에서 미국산 제품 가격이 더 올라 덜 팔리고, 다국적 기업들이 해외 매출을 송환할 때 손해를 준다. 혼돈의 브렉시트는 이와 맞물려 파운드와 유로에도 부담이 된다. 소시에테제네랄의 킷 저키스 투자전략가는 “유로존 경제는 그것을 견디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재정적자 감축을 놓고 EU와 삐걱거리고 있는 이탈리아가 또 다른 유럽 위기를 촉발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지난달 18일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을 2.4%로 설정한 예산안을 내놨다. 이는 전임 정권 목표치(0.8%)의 3배가 넘는 규모다. EU는 제재 대상인 3% 상한에는 미치지 않지만 이탈리아가 감당할 수 없는 규모라며 수정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탈리아는 EU가 제시한 시한인 13일까지 수정안을 보내지 않았고,이에 EU 측은 이탈리아에 대한 제재를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