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퇴 이후에도 EU와의 관계를 이어가는 ‘소프트 브렉시트’가 핵심인 협정안에 대한 반발로 영국 각료 6명이 15일(현지시간) 잇따라 사임하는 등 테리사 메이 총리가 긴박한 순간에 놓이게 됐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사임한 각료 중에는 도미니크 랍 브렉시트 장관과 에스더 멕베이 노동·연금장관 등이 포함됐다.
각료들의 사퇴에 이날 영국 파운드화 가치는 미국 달러화에 대해 1.7% 하락했다. 이는 지난 2016년 10월 이후 2년여 만에 가장 큰 하락폭이다.
영국 런던증시 벤치마크인 FTSE100지수는 0.05% 상승해 강보합으로 장을 마쳤다. 그러나 영국 내수에 초점을 둔 기업 비중이 큰 FTSE250지수는 1.6% 하락했다.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 주가가 9% 이상 폭락하는 등 금융과 소매, 부동산 관련주가 브렉시트 불확실성에 요동쳤다.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 조건을 둘러싸고 보수당 내에서 강해지는 반발을 진정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하드 브렉시트를 원하는 일부 의원들은 메이 불신임 투표를 추진하고 있다.
메이 총리는 전날 5시간의 마라톤 회의 끝에 내년 3월 브렉시트 이후에도 2020년까지 EU 관세동맹에 잔류하는 등 밀접한 관계를 지속하는 협정안에 대한 내각의 승인을 받아냈다. 그러나 이날 각료들의 줄사퇴로 새로운 혼란이 연출됐다.
메이 총리는 이날 하원 연설에서 의원들에게 협정안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선택은 명확하다. 합의 없는 이탈(노딜 브렉시트)을 선택할 수도 탈퇴하지 않겠다는 위험을 감수할 수도 있다”며 “또는 단결해 협상할 수 있는 최선의 딜을 지지할 수 있다. 협정안에 반대하면 원점으로 돌아가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의회 내에서의 격렬한 논쟁은 메이 총리가 직면한 과제를 부각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EU에 회의적인 보수당 소속 마크 프란시스 의원은 “수치상으로 협정안 비준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연립정부 파트너인 북아일랜드 연방주의 정당 민주연합당(DUP) 의원들과 노동당 등 야당은 물론 보수당 내에서도 80여 명이 협정안에 반대표를 던질 의사가 있다고 표명했다.
보수당 의원 48명이 불신임안을 제출하면 메이 총리의 당수 자리가 위태로워진다. 그런 사태가 와도 보수당의 절반 이상이 메이 해임을 지지할 가능성은 낮다. 다만 불신임안 투표가 이뤄지면 메이 총리가 EU와의 브렉시트 협정안을 통과시킬 만큼의 찬성표를 당내에서 확보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고 WSJ는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