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내각이 14일(현지시간) 5시간이 넘는 마라톤협상 끝에 브렉시트 협정 합의문을 지지하기로 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2016년 6월 영국이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 EU 탈퇴를 결정한 지 2년 5개월, 양측이 협상을 시작한 지 1년 5개월 만이다.
EU 측에서 브렉시트 협상을 주도한 미셸 바르니에 수석대표도 이날 브뤼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탈퇴 협정 합의문 초안과 양측 간 미래관계에 관한 정치적 선언문을 발표했다. EU는 이르면 오는 25일께 정상회의를 열어 합의문 승인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합의문에는 영국이 2019년 3월 29일 EU를 탈퇴하더라고 2020년 말까지는 전환기간으로, EU 관세동맹 내에 잔류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 기간에 영국은 EU 제도와 규정을 준수해야 하지만 의사결정에는 참여할 수 없다.
브렉시트 최대 이슈 중 하나였던 아일랜드-북아일랜드 국경의 ‘하드보더(Hard Border·국경 통과 때 통행과 통관절차를 엄격히 하는 것)’를 피하기 위해 별도의 합의가 있을 때까지 영국 전체를 EU 관세동맹에 잔류하도록 하는 ‘안전장치(backstop)’도 마련했다. 영구적인 새 무역협정이 대체할 때까지 EU 관세동맹에 남게 된 셈이다.
영국이 회원국 시절 약속에 따라 EU 직원의 연금을 부담하고 2020년까지 EU 프로그램에 재정 기여를 하는 분담금 조항도 합의문에 포함됐다. 분담금은 390억 파운드(약 57조3000억 원)로 추산된다. 이외에 영국인과 EU 시민의 역내 거주권이나 어업권, 스페인이 반환을 요구 중인 지브롤터와 관련한 부분도 합의했다.
미래 관계에 관한 정치적 선언에서는 양측이 긴밀한 규제와 관세 협력을 포함하는 자유무역지대를 추구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협상은 내년 3월 29일 브렉시트 단행 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이날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내각의 공동 결정(collective decision)으로 합의문에 동의했다”며 “이번 결정에 대해 철저히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비준까지는 험난한 길이 예상된다. FT를 비롯한 영국 언론들은 메이 총리가 ‘내각의 공동 결정’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실제 회의에서는 상당수 각료가 합의안에 반대했다고 전했다. 보수당 내 강경론자들은 소프트 브렉시트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반면 야당인 노동당은 EU 잔류를 주장하면서 브렉시트를 아예 뒤집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합의문이 의회에서 비준을 받지 못한다면 조기 총선이나 제2 브렉시트 국민투표가 열릴 가능성도 있다. 내년 3월 29일까지 비준이 되지 않으면 ‘노 딜 브렉시트’가 일어나 상당한 혼란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