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부부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부부는 평양 남북정상회담 셋째 날인 이날 20일 백두산 천지를 함께 오르는 친교 행사를 했다.
문 대통령은 부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이날 오전 7시 27분 공군 2호기를 타고 평양 순안공항(평양국제비행장) 떠나 오전 8시 20분께 삼지연공항에 도착했다. 김 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여사는 미리 삼지연공항에 도착해 문 대통령 내외를 맞이했다. 문 대통령은 공항에서 10여 분간 군악대, 의장대, 시민들의 환영식을 받은 후 김 위원장 내외 등 일행과 함께 자동차로 공항을 떠나 백두산 천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장군봉에 도착했다.
장군봉 정상에는 두 정상 내외를 위한 의자 4개와 티테이블 배치됐지만 두 정상은 곧바로 천지가 내려다보이는 위치로 이동해 담소를 나눴다. 4·27 판문점 정상회의 때의 도보다리 회담과 같은 극적인 모습이 연출됐다.
김 위원장은 “중국 사람들이 부러워한다. 중국 쪽에서는 천지를 못 내려간다. 우리는 내려갈 수 있다”고 말을 꺼냈고 문 대통령은 “국경이 어딘가”라고 물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왼쪽부터 오른쪽까지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국경을 설명하면서 “백두산에는 사계절이 다 있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리 여사는 “7~8월이 제일 좋다. 만병초가 만발한다”고 얘기하자 문 대통령은 “그 만병초가 우리집 마당에도 있다”고 답했다.
김 위원장은 “꽃보다는 해돋이가 장관이다”고 소개하자 문 대통령은 “한라산에도 백록담이 있는데 천지처럼 물이 밑에서 솟지 않고 그냥 내린 비, 이렇게만 돼 있어서 좀 가물 때는 마른다”고 얘기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옆에 있는 보장성원에게 “천지 수심 깊이가 얼마나 되냐”고 질문하자 리 여사가 “325m다. 백두산에 전설이 많다”며 “용이 살다가 올라갔다는 말도 있고 하늘의 아흔아홉 명의 선녀가 물이 너무 맑아서 목욕하고 올라갔다는 전설도 있는데 오늘은 또 두 분께서 오셔서 또 다른 전설이 생겼다”고 담소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백두산 천지에 새 역사의 모습을 담가서, 백두산 천지의 물이 마르지 않도록 이 천지 물에 다 담가서 앞으로 북남 간의 새로운 역사를 또 써 나가야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번에 제가 오면서 새로운 역사를 좀 썼다. 평양 시민들 앞에서 연설도 다 하고”라고 얘기하자 리 여사는 “연설 정말 감동 깊게 들었다”고 화답했다.
김 위원장은 “오늘은 적은 인원이 왔지만 앞으로는 남측 인원들, 해외동포들 와서 백두산을 봐야 한다”며 “분단 이후에는 남쪽에서는 그저 바라만 보는 그리움의 산이 됐으니깐”이라고 백두산 개방의 뜻을 나타냈다.
문 대통령은 “이제 첫걸음이 시작됐으니 이 걸음이 되풀이되면 더 많은 사람이 오게 되고, 남쪽 일반 국민도 백두산으로 관광 올 수 있는 시대가 곧 올 것으로 믿는다”고 희망했다.
이어 두 정상 내외는 천지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은 후 천지 쪽으로 내려가면서 다시 담소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은 “이번에 서울 답방 오시면 한라산으로 모셔야 되겠다”고 말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문 대통령도 “어제, 오늘 받은 환대를 생각하면, 서울로 오신다면 답해야겠다”고 말하자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한라산 정상에 헬기 패드를 만들겠다. 우리 해병대 1개 연대를 시켜서 만들도록 하겠다”고 농담하자 주위 일행들이 웃음이 터졌다.
두 정상 내외와 일행은 천지를 내려가던 중 백두산행 열차가 오가는 간이역 ‘향도역’에 잠시 들렸다. 향도역은 천지로 내려가는 케이블카가 출발하는 곳으로 북한에서 삭도열차로 불러 역명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 북한 측 설명이다.
두 정상 내외는 승강장으로 이동해 곧바로 케이블카에 탑승해 10시 20분께 천지 쪽 승강장에 도착했다. 승강장에서 천지 물가 쪽까지는 약 300m 거리로 걸어서 이동하면서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모습이 보였다. 두 정상 내외는 천지 인근을 산책했으며 이 자리에 강경화 외교부 장관 등이 함께했다.
두 정상 내외는 오전 11시께 백두산 등반을 마치고 대기하고 있던 차량 탑승해 오찬 장소인 삼지연초대소로 이동해 점심을 같이 먹었다.
문 대통령은 오찬 후 삼지연공항에서 공군 2호기를 타고 서울로 돌아올 예정이다. 특별수행원과 일반수행원은 삼지연공항에서 다시 평양으로 이동해 순안공항에서 공군 1호기로 귀국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