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영국 구원투수된 前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

입력 2018-09-11 23:35 수정 2018-09-11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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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카니 영란은행 총재, 임기 7개월 더 연장 -캐나다 출신으로 300년 영란은행 역사상 최초 이방인 총재 취임 -브렉시트 때문에 두 차례나 임기 연장

▲마크 카니 영란은행 총재. 런던/AP뉴시스
▲마크 카니 영란은행 총재. 런던/AP뉴시스

마크 카니 영국 중앙은행 총재의 임기가 7개월 더 연장됐다. 영국이 내년 3월 말까지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해야 하는데, 금융정책과 시장 감독을 담당하는 중앙은행의 수장까지 바뀔 경우 시장의 동요를 잠재우기가 더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결정으로 보인다. 카니 총재의 임기 연장은 2016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BBC에 따르면 영란은행은 11일(현지시간) 카니 총재가 퇴임을 2020년 1월 말로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원래 예정했던 2019년 6월 말에서 7개월 더 연장한 것이다.

카니 총재는 이날 필립 해먼드 영국 재무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성공적인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와 영란은행의 효율적인 (차기 체제) 이행을 지지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 하겠다”며 임기 연장을 수락한다고 공식 표명했다.

캐나다 출신인 카니는 300년 영란은행 역사상 최초의 비영국인으로서 2014년 머빈 킹의 뒤를 이어 총재에 취임했다. 그 전에 그는 미국발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2월부터 캐나다 중앙은행을 5년 반 동안 이끌었다. 당시 그는 취임하자마자 캐나다의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등의 발빠른 조치들로 투자자들의 신뢰를 높여 캐나다가 다른 나라들보다 일찍 금융위기 파고에서 벗어날 수 있게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 그가 영국 중앙은행 수장 자리에 발탁된 건 전임자들과 달리 공공 부문 뿐 아니라 학계와 상업은행 경력도 있었기 때문이다. 1965년 3월 캐나다 노스웨스트 준주의 포트 스미스에서 태어난 그는 1988년 미국 하버드대를 졸업한 후 1995년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4년 캐나다 재무부에 발을 들이기 전까지 미국 대형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에서 일했다.

영국 정부는 중앙은행 총재 임기 연장으로 브렉시트 과정에서 일어날 불확실성에 대응할 수 있는 여유와 함께 카니의 후임을 물색할 시간을 더 벌게 됐다. 원래 영란은행 총재의 임기는 8년이지만 카니는 2013년 총재직을 수락할 당시, 일신상의 이유로 5년만 맡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다가 2016년 6월 브렉시트가 국민투표로 가결되자 그 해 10월에 임기 연장을 결정했다.

현재 영국과 EU의 브렉시트 협상은 아일랜드와의 국경을 어떻게 처리할지 등을 놓고 난항을 겪고 있다. 탈퇴 시한까지는 앞으로 7개월.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EU 단일 시장에서 배제되는 ‘하드 브렉시트’ 우려도 고조되고 있다. 이에 영국 정부는 금융시장 혼란이 우려되는 가운데 후임자 인선도 쉽지 않아 카니에게 퇴임 연기를 재차 요청했다.

필립 해먼드 재무장관은 11일 영국 의회에서 카니 총재의 임기 연장을 보고하며 “영국 경제가 흔들릴 가능성이 있는 2019년 여름 이후까지 (중앙은행의) 연속성을 보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카니와 호흡을 맞춰온 존 컨리프 부총재도 원래 임기는 2019년 10월까지이지만 2023년 10월까지 임기가 연장됐다.

영란은행은 브렉시트 결정 후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막고자 긴급 조치로 금리 인하와 양적 금융 완화 조치의 확대를 단행했다. 현재는 금리 인상 노선으로 돌아서 금융 정책의 정상화를 도모하고 있다.

카니 총재는 전세계 금융 당국자로 구성된 금융안정위원회(FSB) 의장을 역임, 국제 금융계에 인맥이 풍부하고 시장에서의 신임도 두텁다. 임기 연장으로 브렉시트에 직면한 영국 경제의 안정 유지에 대한 능력이 한층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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