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을지로의 한 개인 카페는 이전까지 100% 일회용 컵을 사용했다. 매장에 9석 가량이 있는 이 카페는 2일부터 시행된 일회용품 사용 규제에 대비해 최근 유리컵 30개, 머그잔 6개를 새로 준비해뒀다. 문제는 회사원들이 물밀듯 들어오는 점심시간에 설거지 시간이 대폭 추가로 생겨나 영업에 차질이 생긴다는 점이다. 이 카페 점주는 “인력을 추가로 고용하는 것도 문제지만 유리잔에 커피를 담으면 얼음이 더 빨리 녹아 맛에도 문제가 생겨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고유한 커피 맛으로 소셜네크워크서비스(SNS)와 인터넷상에서 유명한 이 카페는 멀리서 찾아오는 손님들도 적지 않다.
이어 점주는 “설거지로 인한 추가 노동과 맛 문제 때문에 아예 종이컵으로 다 바꿀 생각도 하고 있다”며 “우리 같은 카페가 늘면 ‘환경 보호’라는 취지가 무색해지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2일부터 매장 내에서 일회용 컵을 사용하다가 단속에 걸리면 5만~200만 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다만 환경부가 발표한 일회용 컵 점검 기준에는 플라스틱 컵만 규제 대상이며 종이컵이나, 종이컵을 닫는 플라스틱 뚜껑은 규제 대상이 아니다.
서울 성북구의 주택가에 있는 한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로 일하는 김모 씨는 “최근 사장님이 머그잔 10개, 유리컵 20개를 구비했다”고 말했다. 카페 내 좌석은 8석이며, 인력은 사장과 김 씨 둘뿐이다. 김 씨는 “지난 주말에 설거지통에는 설거지가 차 있고, 일손은 달려 할 수 없이 가게 앞에 사는 사장님 어머니가 와서 설거지를 도와주셨다”며 “주말에 추가 인력을 고용하고 식기세척기 구입하는 것까지 건의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카페 점주들은 추가 인력을 고용해야 하는 필요성이 높아졌지만 내년도 최저임금까지 인상된 마당에 선뜻 아르바이트생을 늘리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마포구에서 카페를 하는 한 점주는 “피크타임에 스탭을 더 고용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며 “다만 최저임금도 인상돼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당장 식기세척기 사용량도 늘려야 해서 전기세, 수도세도 더 나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일회용 컵 규제가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류필선 소상공인연합회 홍보팀장은 “업계 현실을 모르는 규제라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며 “소상공인의 비용 부담으로 직결되는 문제인데 정부가 뻔히 예상할 수 있는 문제를 외면한 것 같다”고 말했다. 류 팀장은 “최저임금과 마찬가지로 정부가 이 문제에 관해서도 연합회 측과 한 번도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다”며 “정부가 연합회와 소통하지 않는 면이 아쉽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