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현지시간) 중동 매체 알자지라는 미국 달러화 대비 이란 리알화 가치가 하루 만에 13% 폭락해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이란 외환 전문사이트 본배스트닷컴에 따르면 비공식 시장에서 달러화 대비 리알화 가치는 전날의 달러당 9만8000리알에서 이날 11만2000리알로 하락했다.
이란 정부는 4월부터 달러당 4만2000리알의 공식 환율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 거래되는 환율은 연일 요동치는 중이다. 다음 달 7일 미국의 경제 제재가 다시 시작될 것이라는 우려가 이란 통화 가치를 빠르게 떨어뜨리고 있다. 시장 환율에 따르면 리알화 가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핵협정 탈퇴를 선언한 5월 8일 이후 74% 하락했다.
이란 국영방송은 지금까지 외환시장 상황을 거의 전하지 않았으나 이날만큼은 리알화 폭락 상황을 보도하는 등 더는 이런 경제 혼란을 감추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미국은 다음 달 7일 이란 제재를 재개할 예정이다. 이란 정부의 달러화 매입이 금지되고 금과 귀금속 교역, 흑연과 석탄 등의 수출도 제한된다. 이란에서 제조된 카펫과 식품의 미국 수입이 금지되며 금융 거래도 막힌다. 미국은 11월부터 이란의 원유와 천연가스 수출도 막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알자지라는 이란의 석유 수출량이 종전보다 3분의 2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경종을 울렸다.
이란 정부는 경제 부양을 위한 국가적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민간 투자자에게 가격과 세금 유인책을 제공해 대응할 계획이다. 그러나 제재를 앞둔 이란 국민의 불안감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란은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제재를 겪은 2012년 이란 리알화 가치가 한 달 만에 3분의 1 수준으로 폭락하고 원유 수출 제한으로 경제가 급격히 악화한 상황을 경험했다. 제조업 기반이 약한 탓에 리알화 가치가 하락하면 수입품 가격이 올라 물가 상승으로 직결된다는 점도 부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