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안희정 징역 4년 구형…김지은 "그는 '왕자병', 누구와도 잘 수 있다 말해"

입력 2018-07-27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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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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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전 충남지사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한 전 충남도 정무비서 김지은 씨가 결심공판에 참석해 자신이 받은 피해를 진술했다.

27일 김지은 씨는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 11부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 출석해 피해자 자격으로 진술하며 자신이 안희정 전 지사로부터 받았던 피해와 폭로 이후 받은 정신적·신체적 고통을 상세히 증언했다.

그는 "고소장을 낸 뒤 통조림 속 음식처럼 죽어 있는 기분이었다. 8개월간 범죄를 당했던 악몽 같은 시간을 떠올려야 했고, 반복되는 진술을 위해 기억을 유지해야 했다"며 "살아도 산 것 같지 않았다. 피고인과 그를 위해 법정에 나온 사람들의 의도적인 거짓 진술에 괴로웠다"고 심경을 밝혔다.

이어 "나 혼자 입 닫으면 제자리를 찾지 않을까, 나 하나만 사라진다면 되지 않을까, 모든 것을 '미투' 이전으로 되돌리고 싶었다"라며 "자책도 후회도 원망도 했다. 밤에 한강 가서 뛰어내리려고도 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지은 씨는 "내가 유일한 증거인데 내가 사라지면 피고인이 더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하겠구나 생각했다"며 "꿋꿋하게 진실을 증명하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이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리는 길이라 생각해 생존하려 부단히 애썼다"고 털어놨다.

그는 "'마누라 비서'라는 처음 듣는 별명까지 붙여 사건을 불륜으로 몰아갔다. 나는 단 한 번도 피고인에게 이성적 감정을 느낀 적이 없다"며 "수행비서는 지사 업무에 불편함이 없게 하는 역할이다. 나를 성실하다고 칭찬하던 동료들이 그런 성실과 열의를 애정인 양 몰아갔다"고 했다.

김지은 씨는 "도망치면 되지 않았느냐고 하는데, 위력이 있는 관계에서 그럴 수 있겠나"라며 "지사 사람들에게 낙인찍히면 어디도 못 간다는 두려움이 있었다. 평판 조회가 중요한 정치권에서 지사 말 한마디로 직장을 못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지은 씨는 안희정 전 지사를 '이중적인 사람'이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가장 힘든 것은 안 전 지사의 이중성이었다"라며 "외부에서는 젠더 민주주의 등을 말했지만, 지지자들 만나는 것도 피곤해했고 차에서 내리기 전에는 인상을 썼다. 꾸며진 이미지로 정치하는 안희정 전 지사가 괴물 같아 보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희정 전 지사가 충남에 홍수 수해가 났을 때 현장 방문을 10분 만에 마치고 당일 저녁에는 평소 자주 연락하던 여성과 식사하며 술에 취해 그 여성의 몸을 더듬은 적이 있다"고도 주장했다.

김지은 씨는 "안희정 전 지사는 자신의 권력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지위를 이용해 약한 사람의 성을 착취하고 영혼까지 파괴했다"며 "'나는 어떤 여자와도 잘 수 있다' 등의 말을 했다. 그건 왕자병"이라고 했다.

그는 안희정 전 지사를 향해 "피해자는 나만이 아니라 여럿 있다. 참고 숨기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제일 앞줄의 한 사람일 뿐"이라며 "피고인에게 꼭 말하고 싶다. 당신이 한 행동은 범죄다. 잘못된 것이고 처벌받아야 한다. 이제라도 잘못을 사과하고 마땅히 벌을 받으라"고 말했다.

김지은 씨는 재판부를 향해서도 "이 사건을 제대로 처벌하지 못한다면 피고인과 다른 권력자들은 괴물이 될 것"이라며 "나는 이제 일도 없고, 갈 곳도 없다. 잘못된 것을 바로잡을 수 있다는 희망만이 나를 살게 하는 유일한 힘"이라고 호소했다.

안희정 전 지사는 김지은 씨 진술 내내 눈을 감고 의자에 등을 기댄 모습이었다.

한편, 이날 검찰은 안희정 전 지사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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