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성용(67) 전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대표 측이 위장 회사 타아스의 실제 소유자로 지목된 것과 관련해 검찰의 증거는 정황일 뿐이라며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조의연 부장판사)는 16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하 전 대표에 대한 17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날 검찰과 하 전 대표 측은 협력사 대표를 시켜 만든 위장 회사 타아스의 실소유자를 두고 공방을 이어갔다.
검찰은 "증인신문 등 관련 내용을 다시 확인해보니 피고인이 불필요하게 타아스를 설립했다는 기존 입장은 철회한다"면서도 "타아스의 실제 소유자는 하 전 대표"라고 강조했다.
검찰은 "하 전 대표는 타아스의 대표이사를 직접 선정했다"며 "타아스에 투자한 협력업체 대표 A씨는 하 전 대표에게 넘겨주기 위한 타아스의 지분을 차명으로 보유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A씨는 검찰 조사에서 '하 전 대표와 독대 자리에서 타아스에 대신 돈을 투자해달라. 퇴직 후 용돈 받을 수 있게 해달라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했다"며 "돈을 투자해달라는 말은 피고인 대신 돈을 내달라는 의미고, 용돈 받을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은 본인의 회사로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하 전 대표 측은 "타아스가 누구의 소유인가에 대한 직접 증거는 협력업체 대표 A씨의 진술 뿐이고 나머지는 정황일 뿐"라며 "A씨가 어떻게 그런 진술을 하게 됐는가 봐야 한다"고 짚었다. 이어 "A씨는 당시 검찰 조사에서 검찰이 처, 처남, 동서, 자식, 사위의 탈세 문제부터 시작해 배임, 횡령까지 수사한다고 하니까 타아스에 대한 권리만 포기하면 관련 혐의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에 하 전 대표가 실제 소유자라고 자발적으로 진술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회사의 소유는 누구 한 사람의 말에 의해 정해지는 것이 아니다"라며 "타아스는 엄청난 재산적 가치가 있거나 안정된 수익이 보장된 회사가 아닌데 이런 회사를 피고인이 탐냈을 리 없다”고 말했다.
한편 A씨는 지난달 5일 13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하 전 대표가 독대 자리에서 타아스에 투자해달라며 뇌물을 요구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하 전 대표는 협력업체 대표 A 씨를 내세워 위장 회사 타아스를 세우고 지분을 차명으로 보유한 뒤 KAI의 일감을 몰아준 혐의를 받는다.
그는 사업 진행률을 조작해 매출액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재직 기간 동안 5000억 원대 분식회계를 저지른 혐의도 있다. KAI 고등훈련기 T-50, 경공격기 FA-50 등을 군 당국에 납품하면서 부품 원가를 수출용보다 부풀리는 방식으로 100억 원대 이상 부당 이익을 챙긴 혐의도 받는다.
하 전 대표는 2015년 신입 공채 지원자 서류 등을 조작해 10여 명을 정규직 사원으로 채용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합격자 가운데 고위 공무원 자녀가 있는 점에 주목해 이를 '뇌물'로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