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협상을 담당하는 데이비드 데이비스 브렉시트부 장관과 스티븐 베이커 브렉시트부 차관에 이어 이날 보리스 존슨 외교장관까지 잇따라 사임했다.
내년 3월 EU 탈퇴가 다가오는 가운데 메이 총리가 EU와의 관계를 중시하는 ‘소프트 브렉시트’ 방침을 밝히면서 강경파들이 크게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이날 사임을 발표한 존슨 장관은 EU와의 완전한 관계 단절을 요구하는 ‘강경파’의 필두 격이다.
강경파 장관들의 사퇴 발단이 된 것은 브렉시트 이후 EU와의 경제관계 교섭 방침을 정한 6일 특별 각료회의다. 10시간이 넘는 마라톤 회의 끝에 메이 총리는 EU와 자유무역지역을 창설하고 제조업 제품 규격·기준을 단일화하는 등 소프트 브렉시트를 표명했다. 이는 EU 단일시장·관세동맹에서 단호히 탈퇴하고 다른 나라와의 자유무역을 확대해야 한다는 강경파 측의 ‘하드 브렉시트’와 선을 그은 것이다.
존슨 장관은 이날 메이 총리에게 보낸 사임 서한에서 “영국을 더욱 민첩하고 역동적으로 만드려는 브렉시터의 꿈이 현재 불필요한 자기 의심에 시달리고 죽어가고 있다”며 “EU와의 협상에 대한 메이 총리의 전략은 선봉대를 보내놓고 나서 그 위로 백기를 흔드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영국 정부는 이날 도미닉 랍 주택부 차관을 신임 브렉시트 장관으로, 신임 외교장관으로는 제레미 헌트 보건사회부 장관을 각각 임명하는 등 사태 봉합에 나섰다. 메이 총리는 자신을 총리 자리에서 축출하려는 어떠한 시도에도 맞서 싸울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존슨의 사임 서한에 대해 “영국의 이익을 위한 거래를 지원할 수 없다면 사임하는 것이 맞다”고 맞받아쳤다.
FT는 영국 내각 장관 두 명이 24시간 안에 사퇴한 것은 1982년 이후 처음이라며 메이 총리가 2년 전 취임한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