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중국 관세를 발표하면 즉각 보복 조치를 표명하는 등 최근 수개월 간 무역전쟁에 대비해왔다. 그러나 중국 경제의 위기 요인은 무역 갈등만이 아니다. 투자와 가계 소비 둔화, 기업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증가에 이르기까지 이전부터 중국 경제에 침체 징후가 선명하게 나타났다. 중국의 공장과 기타 고정자산 투자는 18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둔화했고 가계 소비는 급격히 감소하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기업과 지방정부의 부채가 급증하면서 중국 경제를 약화한다고 분석한다. 래리 후 맥쿼리그룹 이코노미스트는 “베이징은 시험대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이에 시 주석은 부채 축소와 금융시스템 리스크 방지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3월 이강 중국 인민은행 총재는 “내 첫 번째 임무는 신용 성장을 억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당국이 은행의 대출을 줄이면서 기업들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다. 부동산 개발업체와 지방정부의 금융기업, 제조업체에 이르기까지 많은 기업이 낮은 연체율에도 최근 대출을 받지 못했다.
중국 정부는 무역 마찰이 경제성장을 더욱 약화하기 전에 부채 억제 대처를 완화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일부 관료들은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은행이 의무적으로 보유해야 하는 예금량을 줄이고 대출을 늘려야 한다며 적극적인 완화조치를 촉구하고 있다. 장지위 도이체방크 중국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무역 전쟁이 더 악화하면 중국 당국자들이 정책을 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우외환을 겪는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전쟁에 사용할 수 있는 무기도 제한적이다. 미국 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의 지난해 대미 수입 규모는 1299억 달러(약 144조9684억 원)에 불과했다. 반면 수출은 5055억 달러에 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대한 고율 관세 규모를 2000억 달러 확대했다. 중국의 미국 수입 물량은 같은 수준의 보복 관세를 부과할 만한 규모가 아니다. CNBC는 중국 당국자들이 미국에 보복 관세를 위협했으나 결국에는 관세를 부과할만한 품목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부채를 줄이기 위한 노력과 무역 보복 조치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상황이나 미국 경제는 회복세에 들어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가 활기를 띠고 있는 미국이 무역전쟁에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 관리들은 자국의 경제 정책 방향은 미국과의 무역 긴장이 얼마나 더 악화할지에 달렸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중국은 수출 호조로 6.9%의 성장률을 나타내며 목표치인 6.5%를 웃돌았다.
트럼프 행정부가 유럽연합(EU)과 캐나다, 멕시코, 일본 등 여러 국가와 동시에 갈등을 빚고 있다는 점은 중국에 기회다. WSJ는 미국이 전통적인 동맹국과 무역전쟁을 벌이면서 중국이 미국에 대응하기 위한 파트너를 찾을 수 있다고 전했다.
중국이 관세 이외의 대응 방안을 모색할 가능성도 있다. 올해 초 골드만삭스는 중국이 애플이나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에 대한 불매운동, 미국 국채 매도, 북한에 대한 제재 완화 같은 지정학적 문제의 변화, 중국에서 운영되는 미국 기업에 대한 조치 등 관세 외에 다른 선택안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CNBC는 미국 기업에 대한 조치는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위반될 수 있고 미국채 매도는 달러화 가치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중국은 1조1800억 달러의 미 국채를 보유한 국가이기에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