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무역 전쟁으로 미국 경제가 타격을 받고 세계 무역 체제가 약화하는 등 모두 패자가 될 것이라고 경종을 울렸다.
IMF는 미국 경제 연례 평가보고서에서 무역전쟁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포인트 낮추는 등 경제적 영향은 상대적으로 작으나 경제 분위기에 악영향을 미쳐 더 큰 부작용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이날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현시점에서 더 중요하고 어려운 문제는 신뢰에 영향을 준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IMF는 트럼프 행정부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을 탈퇴하겠다고 위협하며 세계적으로 자유무역에 대한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이에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보호무역주의로 전환하는 미국의 정책은 개방적이고 규칙에 기반을 둔 무역 체제에서 멀어지면서 미국 경제와 무역 상대국 모두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언급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거시경제의 영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면서 “미국이 취한 조치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가 보복할 경우, 특히 캐나다와 유럽, 독일 같이 큰 영향을 주는 나라가 그러면 심각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IMF는 “다른 나라의 보복적 조치가 국내외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는 중대한 불확실성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500억 달러(약 54조1250억 원) 규모의 대중 관세안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는 이미 발효됐다. 중국과 유럽연합(EU), 멕시코, 캐나다 등은 보복 조치를 도입했거나 발표를 앞두고 있다.
IMF는 미국의 재정수지 적자가 금융시장을 뒤흔들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연례 미국 경제 평가 보고서에서 IMF는 1조5000억 달러에 달하는 감세와 3000억 달러 규모의 재정지출이 결합해 2019년 연방정부 재정적자가 GDP 대비 4.5%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3년 전의 약 두 배에 달하는 것이다. IMF는 미국의 공공 부채 부담은 계속 상승해 이미 지속 불가능한 상황이며 2020년대 중반 이전에 GDP의 90%에 이를 것이라 전망했다.
FT는 공공 지출이 급격히 늘면 미국 경제와 일부 교역 상대국에 단기적으로 도움이 되지만 예상보다 빠른 인플레이션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시장의 예상보다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일 수 있다고 전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재정적자 증가는 미국과 해외의 금융 시장 변동성을 높일 빠른 금리 상승을 동반할 것”이라면서 “이러한 부작용이 이미 신흥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IMF는 지난해 감세로 인한 경제성장 효과가 내년 이후 사라져 미 경제가 둔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트럼프 행정부의 경기부양책 덕분에 올해 GDP 성장률이 2.9%를, 내년에는 2.7%를 각각 기록하지만 부작용이 나타나면서 2020년 1.9%, 2021년 1.7%로 둔화할 것으로 IMF는 예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 재무부는 중장기 성장 전망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재무부는 “세금 개혁과 탈규제를 포함한 정책이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을 가져올 것”이라고 언급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IMF의 전망이 너무 비관적이라 생각한다”면서 “솔직히 나는 그가 옳고 우리가 틀리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WSJ에 따르면 백악관은 5년 안에 연평균 성장률이 3%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IMF는 세금 감면 효과가 사라지면 미국 경제의 성장이 백악관 전망치의 절반 수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