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와 닛산, 혼다 등 일본 3대 자동차업체들의 지난달 미국 신차 판매는 일제히 감소했다. 특히 닛산은 두 자릿수 감소세를 기록했다.
수십 년 전 일본 업체들은 미국시장에 처음 진출한 이후 지금까지 세단을 중심으로 사업을 운영해왔다. 그러나 미국시장의 주류가 세단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픽업트럭 등 대형차로 이동하면서 일본 업체의 부진이 표출되기 시작했다.
닛산의 지난달 세단 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35% 급감해 전체 신차 판매도 28% 줄었다. 혼다의 신차 판매는 전년보다 9.2%, 도요타는 4.7% 각각 감소했다.
일본 기업들이 미국 트렌드를 아예 무시한 것은 아니다. 이들 모두 SUV와 크로스오버 SUV, 픽업트럭 등을 생산하고 있으며 최근 생산량도 늘렸다. 수요에 대응하고자 일부 물량은 일본 공장에서 수입하기도 했다. 지난해 도요타의 미국 베스트셀러 차량은 크로스오버 SUV인 RAV4였다.
그러나 과거 성공에 여전히 미련을 못 버린 것이 문제라고 WSJ는 꼬집었다. 도요타와 혼다는 지난해 주력 세단인 캠리와 어코드 새 모델에 엔지니어링과 마케팅 역량을 집중했다. 닛산도 올해 하반기 알티마 세단을 전면 개량할 예정이다. 일본 업체들은 무거운 SUV에 대한 차별화를 강조하고자 세단 경량화와 마력 향상을 꾀하고 있다.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 사장은 지난해 1월 디트로이트 국제오토쇼에서 “우리는 중형 세단 시장을 기회로 보고 있다”며 “SUV가 영광을 모두 누릴 이유가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휘발유 가격 상승에 일본 업체들은 베팅하고 있다. 현재 미국 내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평균 2.80달러 이상이며 오르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휘발유 가격이 오르면 미국 소비자가 세단, 특히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차량인 프리우스 등에 다시 관심을 보일 것으로 기대하는 것.
그러나 SUV도 현재 연비가 크게 개선된 상태여서 트렌드가 바뀔 것 같지는 않다고 WSJ는 내다봤다. 미국 자동차업체들은 일본과는 반대로 자국 내 세단 사업을 축소하고 있으며 특히 포드는 사실상 세단 부문에서 거의 철수한 상태다.